이씨와 같은 노숙자는 '거주불명자'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거주불명자도 지자체 행정복지센터에 주민등록이 존재하고, 이곳을 근거지로 지역구 투표와 정당별 비례대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선거정보를 받을 방법이 없다. 거주지가 불명확한 만큼 우편물 송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소재지가 1년 이상 파악되지 않아 행정안전부의 거주불명자 명단에 포함된 사람은 작년 말 기준 15만 220명이다. 2021년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거주불명자 수는 총 40만 4590명으로, 지난 10년간 전체 유권자 100명 중 1명꼴을 유지해 왔다.
서울역은 거주불명자들이 모여있는 대표적인 장소지만, 선거 기간 노숙시설 어디에서도 포스터를 비롯한 공보물을 찾을 수 없었다. 역 입구 오른편에는 지역 문화유산 광고, 산업 광고만이 붙어있을 뿐 선거에 대한 어떠한 안내도 없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거주불명자에게 선거 공보물을 배포한다고 밝혔으나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노숙자는 많지 않다. 7년째 서울역에서 지낸 80대 A 씨는 “선거일인지도 몰랐다”며 “센터 위치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거주불명자의 수만큼 공보물이 지급되는지도 미지수다. 2014년 진선미(더불어민주당)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주소가 행정복지센터로 등록돼 있는 19세 이상 거주불명자 수는 46만여 명이었으나 같은 해 6월 지방선거 선관위가 보낸 공보물은 31만여명분에 그쳤다.
관련 법안 발의도 무산된 상황이다. 진 의원은 앞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 거주불명자들도 기차역·노숙시설 등에서 선거공보를 제공 받아 정보를 취득하도록 하려 했지만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법안 발의를 주도했던 박영선 전 진 의원실 보좌관은 이날 “재외국민 선거 투표자(올해 기준 14만7989명)보다 노숙인이 많지만, 선관위가 재외 선거를 위해 몇백억원을 투입한 것 대비 국내 주소지 불명 인구를 상대로 한 노력엔 소홀하다”며 “이들을 악용한 부정투표 우려도 있는 거고, 참정권을 정부가 보장해 줘야 하는데 국회에서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모자랐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지난 2월 관할 지자체에 서울역사에 공보물을 붙이고 선거 안내를 하도록 협조 요청을 했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반복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분증이 있는 거주불명자가 모여있는 것을 알면서도 지자체가 개입을 안하는 경우라면, 공무원을 늘리거나 민간에 위탁을 줘서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라도 사례 관리에 돌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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