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대 국회 앞에 놓인 엄중한 과제들

입력 2024-04-10 20:38   수정 2024-04-11 06:43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야당의 압승,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당초 전망치보다 훨씬 큰 격차로 승부가 났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은 심대한 타격을 입어 정권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입법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과 합세해 윤 정부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여당을 밀어준 표심이 불과 1~2년 만에 완전히 등을 돌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권자 사이에 윤 정부의 독주와 불통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았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 등에 대한 사과와 해명이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실망과 분노가 누적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당에선 총선 참패를 놓고 전략 부재와 방향 착오, 새로운 인물 공천 실패 등에 따른 책임론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어떤 경우든 현 정부의 전면적 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점은 정부가 적극 추진해온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과 구조개혁, 한국·미국·일본 3각 동맹 강화 등의 노력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틀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자유와 시장 자율을 기치로 내건 경제·안보 정책의 골격 자체가 야권과의 접점을 찾기 무척 어려운 여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번 선거 기간에도 반일·친중 노선을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조국 대표 또한 사회주의적 경제정책 입안을 여러 차례 강조해온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산적한 과제는 여야 간 더 이상의 극한 대립과 반목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다급하고 절박하다. 우선 다음달 30일 개원해 4년간 운영되는 22대 국회 앞에는 미래 세대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 올 1분기 0.65명으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낮다. 생산인구 격감과 지역 소멸은 나라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개혁을 포함해 국가와 사회의 틀을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하는 과제도 엄중하다. 국민연금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더 내고 더 받는 1안’과 ‘더 내고 그대로 받는 2안’을 제시했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동 분야에선 주 4일제 시행 등 선심성 약속에만 매달려선 안 되며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근로시간 유연성과 경직적 고용구조를 타파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경제 활성화와 산업구조 개편에 대한 뒷받침도 중요하다. 인공지능(AI) 시대 글로벌 경제전쟁은 반도체와 2차전지 등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회는 정부 및 산업계와 손잡고 AI와 반도체, 바이오, 우주항공,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첨단산업을 육성해 한국을 7대 경제강국으로 이끄는 초석을 놓아야 한다.

여야는 또 갈수록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지정학적 위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 미국 일본 간 해양안보 동맹을 강화하는 데 이념과 진영 논리를 떠나 서로 협력해야 한다. 안보와 방산 수출 외교에 나선 대통령을 향해 ‘외유 나들이’라는 선동적 프레임으로 발목을 잡고 공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러시아 및 중국과 손잡고 핵 위협과 도발 공세를 멈추지 않는 북한에 대해서도 거국적 차원의 단일 대오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총선을 거치며 더욱 심각해진 국민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정치적 이념과 지지 정당에 따라 사분오열된 국민의 아픔과 불안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스스로 대화와 타협,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여야 영수회담도 열어야 할 시점이 됐다. 무엇보다 국력을 한데 모으지 못하면 점증하는 경제·안보 위기의 파도를 넘을 수 없다. 압도적 승리를 거둔 민주당도 이 대목만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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