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선 다른 현상도 있다. 종교만 해도 우주와 대자연의 초(超)질서에 대한 의문이 풀려나가면서 그 위상이 과거만 못하다. 성직자 기피 현상에 여러 종교·종단이 애먹는 것도 그런 사례다. 영화 ‘스타워즈’ 같은 할리우드발 ‘미래 과학코드’에 해와 달 같은 ‘전통적 정서’도 점차 밀려나고 있다.
초등학생도 일식과 월식의 기본 원리 정도는 안다. 그러니 공상(空想)이어도 과학적 상상이어야 한다. 제대로 공부하면 고등학생만 돼도 19세기 영국 옥스퍼드대 총장보다 정보의 양이 많은 시대다.
엊그제 북미에서 전개된 일식에 열광한 미국인들은 21세기 우주시대에 또 다른 미국의 모습을 보여줬다. 4분30초짜리 개기일식을 관찰하려고 500만 명이 이동했다. 텍사스에서 메인주까지 일식 경로에 있는 에어비앤비 등의 숙소 예약률은 100% 가까이 치솟았다. 평소 30% 남짓에 머물던 예약률이 그랬다. 뉴욕 시내 야외전망대에 밀집한 인파는 ‘깍쟁이 뉴요커’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하늘에서 해를 삼킨 달을 보려고 띄운 델타항공 이벤트기는 1000달러에도 만석이었다.
일식이나 월식은 비교적 익숙한 천문 현상이다. 그런데도 많은 미국인이 바쁜 일상을 미루고 장대한 우주쇼의 황홀경에 몰입했다. 경제(경기부양) 효과가 60억달러라는 분석도 나왔다. 마침 같은 날 “5년 내 무인 우주선이, 7년 안에는 인류가 화성에 간다”는 일론 머스크의 호언 인터뷰 기사가 떴다. 스타워즈 영화로 문화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더니 이제는 달을 넘어 넓고 깊은 우주의 심연을 개척해나간다. 미국이 가진 또 하나의 힘이다.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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