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만나기 vs 달마고도 걷기. 당신의 선택은?

입력 2024-04-12 08:54   수정 2024-05-21 09:47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무의식을 지배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답고 순수한 것을 보고, 좋은 말을 일부러 챙겨 들을 필요가 있다. 오늘 밤 당신의 꿈에 초식 공룡이 나타나길, 바다로 떨어지는 태양빛이 감돌길, 당당히 걸을 기운으로 가득하길.

전남 해남, 우항리에 새겨진 그들의 흔적
인류보다 훨씬 일찍 세상에 출현해 두 발로, 네 발로 세상을 종횡무진한 공룡은 갑자기 마법처럼 사라졌다. 자연사에 사람이 등장할 차례라서? 그보다 훨씬 작고, 매일 마법 같은 일들을 벌이는 현생 인류도 공룡처럼 사라지는 날이 올까? 해남 우항리에 새겨진 그들의 또렷한 흔적에 생각이 많아졌다.


‘해남 우항리 공룡·익룡·새발자국 화석산지’(이하 우항리공룡화석지)는 세계 최대(익룡 발자국 크기와 개수 등), 세계 최초(공룡·익룡·물갈퀴새발자국 동일 지층), 아시아 최초(익룡·절지동물 화석)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곳이다.

그 시작은 우연 같은 운명이었다. 목포와 화원반도를 연결하는 금호방조제를 건설하기 위해 해안에 둑을 쌓았고, 자연스럽게 해수면이 낮아지며 바다에 잠겨 있던, 공룡 발자국이 무성한 해안지역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1996~1998년 전남대학교 허민 교수 연구팀이 우항리공룡화석지 발굴작업을 한 결과 새 발자국 1000여 점, 공룡 발자국 500여 점, 익룡 발자국 400여 점이 발견됐으며, 시기는 중생대 백악기(중생대는 오래된 순서부터 트라이아스기·쥐라기·백악기 3기로 구분), 당시 거대한 호수를 낀 육지였음이 밝혀졌다.
<i>"인류의 역사가 강을 따라 번성했듯,
우항리 일대에도 물을 마시러 다양한 공룡이 머문 것이다"</i>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우항리공룡화석지는 세계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고생물 화석지로 주목받는다. 다수의 고생물 흔적이 발견된 것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큰 익룡의 발자국과 가장 긴 보행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두 종류의 물갈퀴 새 발자국, 아시아 최초의 익룡 발자국(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이 발견된 것이다. 이는 동일 지층에서 익룡과 새가 같은 서식지를 공유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최초의 사례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2007년 일대에 해남공룡박물관이 개관해 우항리공룡화석지에 대한 지식을 좀 더 가깝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공간은 조각류 공룡관, 익룡·조류관, 대형초식공룡 발자국 보호각 등의 야외 전시관이다. 백악기 시대의 퇴적 지층을 하나의 전시물로 보존한 조각류 공룡관에는 두 발로 걷던 조각류 공룡의 발자국 화석 263점을 만날 수 있다.


오는 5월 해남공룡박물관에서는 ‘해남어린이공룡대축제’가 개최되며, 약속이라도 한 듯 박물관 일대에 유채꽃도 만발해 발걸음을 이끈다.

같이 걸을래? 달마고도. 같이 오를래? 달마산
두륜산의 대흥사, 달마산의 미황사는 해남을 대표하는 명산과 사찰로서 걷기 여행이 취향이라면 꼭 들러봄직하다. 대흥사 들머리 구림리 매표소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4km 거리의 장춘숲길은 상사화부터 편백나무, 삼나무와 측백나무, 동백나무 등 800종이 넘는 다양한 활엽수가 군락을 이뤄 마음에 고요가 들어찬다.

좀 더 다이내믹한 트레킹 코스에 마음을 뺏긴다면 달마산의 미황사가 제격이다. 미황사를 시작점으로 달마고도 걷기길에 도전할 수 있으며, 완주를 하면 인증서·메달·배지 3종 세트가 주어지는데, 지난 2020년 완주 인증제가 시작된 이후 누적 완주자 수가 2만4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육지, 가장 남쪽에 자리한 사찰인 미황사는 통일신라 경덕왕 8년(749)에 처음 지었다고 전해지며, 조선 중기까지 12암자를 거느릴 만큼 대사찰로 명성이 자자했다. 현재 미황사의 중심전각인 대웅보전은 기도 올리는 스님들 위로 흙더미가 떨어질 정도로 낡아 현재 해체보수 및 보존복원 불사에 들어갔다.

달마고도는 총 연장 17.74km로 미황사에서 시작해 큰바람재, 노시랑골, 몰고리재 등 달마산 주능선 전체를 아우르는 걷기길이다. 크게 4개 코스로 출가길(2.71km), 수행길(4.37km), 고행길(5.63km), 해탈길(5.03km)로 이뤄지며 모두 사람의 손으로 길을 닦아 자연경관 그대로를 유지하고자 했다.


폭신한 숲길에서 가파른 경사의 오르막길, 무수한 돌밭을 걷는 너덜겅지대와 하늘 가릴 듯 우거진 삼나무 숲을 지나면 달마고도가 한국의 산티아고로 불리는 이유를 체득하게 된다. 무심히 올랐더니 어느새 주어진 풍경은 바닷바람, 산바람 넘실대는 해남이다.
여기도 놓치지마세요

<i>사랑하는 사람과 해남을 여행 중이라면 해 질 녘 시간에 발맞춰 오시아노관광단지로 출발하자. 빨간 태양이 파란 바다로 내려앉을 때의 하늘빛이 가슴에 보석처럼 남을 것이다. </i>


<i>무려 5년의 시간을 정성 들인 산이정원이 오는 5월 4일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다. 성장과 사랑을 자연의 흐름과 연결한 정원은 높고 낮은 구릉과 자연스럽게 생긴 호수를 끌어안아 입체적이고, 여러 이유로 제 터전을 잃은 유기 수목에게도 새 보금자리를 내어준 따듯한 곳이다. </i>
여정의 즐거움
밥맛이 없나요? _ 소망식당

여행 중에 맛집 검색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많은 리뷰마저도 그 순수함이 의심된다면, 그 지역의 백년가게*를 검색하시라. 해남읍의 소망식당은 1994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한결같은 정성과 맛으로 사랑받는 백년가게다. 메뉴는 ‘뚝배기 주물럭 정식’ 단일 메뉴로 통깨 가득 뿌린 주물럭은 부드럽고 달달한 맛이 일품이고, 요일에 따라 바뀌는 찌개와 함께 달걀말이, 콩나물무침, 멸치조림, 잡채, 고등어조림 등 각종 반찬이 따라나와 밥 2공기는 뚝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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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가는 가게 _ 초효

하얀색 칠을 한 벽돌집에 커다란 통창이 드리운 초효는 따뜻함으로 안과 밖이 꽉 차 있다.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젤라토, 요구르트, 엄마표 식초에이드도 맛볼 수 있고, 해남의 쌀·금화규·녹차 등 자연 유래 성분으로 만든 비건 솝(비누)도 구매할 수 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초효의 ‘간만의 숲’은 숲과 사람, 환경과 공생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프라이빗 피크닉 마켓으로 4월 13일 현산면 선비길 일원에서 열린다. 자세한 정보는 간만의 숲 인스타그램(@ganmanforest)을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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