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이 11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녹색정의당은 22대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했다. 심 의원 역시 경기 고양갑에서 5선에 도전했으나 18.41%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든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는다"며 "이번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이 참패했다. 오랜 기간 진보정당 중심의 서 있던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녹색정의당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1석도 얻지 못해 창당 12년 만에 원외 정당으로 전락했다. 녹색정의당은 심 의원을 비롯해 비례대표 현역인 장혜영(서울 마포을), 강은미(광주 서을) 후보 등 현역 의원 3명이 총선에 도전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심 의원은 "총선에서 지역구 주민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며 "척박했던 제3의 길에 동행하고 격려해주신 국민 여러분에게 통렬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심 의원은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고양갑에서 19·20·21대 국회의원을 보냈다. 그는 "작은 정당 소속인 제게 3번이나 일할 기회를 준 고양 덕양구 주민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회견 도중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울먹이기도 했다.
심 의원은 회견이 끝난 뒤 입장문을 발표해 정계 은퇴를 시사했다. 그는 "이제 한 사람의 시민 자리로 돌아간다"며 "진보정당의 부족함과 한계에 대한 책임은 제가 떠안고 가겠다. 녹색정의당의 새로운 리더들이 열어갈 미래 정치를 응원해달라"고 했다.
심 의원은 "돌이켜보면 진보정당 25년은 참으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며 "하루하루가 벅차지 않은 날이 없었고 한 걸음이 수월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박봉을 쪼개서 당비와 후원금을 내고, 휴가 내서 피케팅을 하고 월세 보증금을 빼서 선거에 도전했던 수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온몸으로 진보 정치의 길을 감당해왔던 것에 대해 후회는 없지만 훌륭하고 잠재력을 갖춘 후배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진보정당의 지속 가능함을 끝내 열지 못한 게 가장 큰 회한"이라고 덧붙였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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