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벗은' 송소희, 정해진 틀 없이 진짜 '나'를 노래하다 [종합]

입력 2024-04-11 17:48   수정 2024-04-11 17:48


국악인 출신 송소희가 미니앨범 발매로 대중에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송소희는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무대륙에서 첫 번째 미니앨범 '공중무용' 발매 기념 청음회를 개최했다.

20여년 간 경기민요 아티스트로 활동해 온 송소희는 2022년 선우정아, 십센치 등이 소속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 계약을 체결하고 싱어송라이터로 새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날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송소희는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길목에 있는 아티스트로서 최대한 소문을 많이 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팀원들과 상의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공중무용'은 송소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미니앨범이다. 송소희는 "애초에 새 회사를 들어가고 앨범을 발매하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미니앨범 단위 이상의 앨범을 목표로 삼았다. 그걸 염두에 두고 싱글앨범을 계속 냈던 거다. '공중무용'이 창작 활동의 첫 번째 목표인 셈"이라고 말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공중무용'을 비롯해 고전 피아노 기반의 왈츠풍 트랙 '주야곡(晝野曲)', 연인 간의 권태와 갈등을 깊고 진한 바다로 빗대어 표현한 '진한 바다를 거슬러',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에서 영감을 받아 생명이라는 개념을 노래에 풀어낸 '사슴신'까지 특색 있는 4곡이 수록됐다.

송소희는 전곡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그는 작업 과정을 떠올리며 "예상한 대로 재밌었고, 예상치 못한 만큼 복잡하더라. 앨범 단위가 커지니 구성할 것도 많고 프로듀싱하면서 세세하게 관여하다 보니 디테일한 것들까지 챙기는 데 있어서 시간 투자도 많이 했다. 고민도 정말 많았다"고 털어놨다.

조력자를 찾는 과정에서 수많은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고. 송소희는 "곡을 완성하기에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는 걸 느껴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이 사운드 디자인을 도와줄 작업자를 물색했는데, 다들 내 음악을 어려워하더라.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점차 자신감이 떨어지던 차에 "시야를 넓혀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송소희는 "평소 좋아하던 음악이 무엇이었는지, 그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다가 외국에 있는 프로듀서한테 연락했다. 흔쾌히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다더라. 동양적인데 또 마냥 동양적이지 않은 창의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처음으로 외국 분과 작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송소희는 들판과 사막, 바다, 숲, 들 등 자연을 콘셉트로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을 이야기했다. 그는 "모든 곡을 시간과 공간적인 배경이 설정돼 있는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썼다. 사랑 이야기를 중요한 테마로 노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야곡'은 낮의 들판에서 부르는 나의 세레나데 같은 곡이다.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단단해진 관계의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 "'진한 바다를 거슬러'는 사랑이 항상 좋을 때만 있을 순 없지 않냐. 해가 다 지고 어둠이 깔렸을 때의 진한, 깊은 바닷속에 있는 관계의 사랑을 이야기로 담은 곡"이라고 전했다.

'사슴신'에 대해서는 "네 곡 중에서 템포가 가장 빠른 곡이자 유일하게 신나는 곡"이라면서 "배경은 숲이고, 갈구하는 사랑을 담아보고 싶었다. '사슴신'이라는 각자의 존재한테 본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부연했다.

'원령공주'를 모티프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웹툰이나 만화를 일절 안 본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게 지브리 애니메이션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한 작품이 '원령공주'였다. 사슴신을 볼 때마다 미묘한데 여러 감정이 들었다. 곡을 쓸 수 있게 됐을 때부터 언젠가는 꼭 사슴신을 주제로 노래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타이틀곡 '공중무용'은 한국 정서를 녹인 송소희의 음색과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인 곡이다. 에스닉한 분위기의 일렉트로 팝 트랙으로, 송소희는 사막이라는 배경 아래 특별한 의미의 위로를 전한다.

송소희는 "'공중무용'은 모든 사랑의 시작은 나에 대한 사랑이 시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에 대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뜨거운 사막을 배경으로, 시간대는 노을이 지려고 하는 시간대를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밝혔다.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앨범의 의미가 새로운 길을 표현한다는 거다. 나비가 그려져 있는 것처럼 나의 새로운 변화와 성장, 그런 자유로운 것들이 다 담겨 있고 표현될 만한 곡이 타이틀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곡에서 '강강술래'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에 대해 송소희는 "'공중무용'을 그대로 영문으로 직역해봤는데 너무 멋이 없었다. 새로운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나를 위한 뜨거운 춤을 출 거야'가 큰 키워드인데 그 뜨거운 춤은 내가 생각했을 때 내 뿌리에서 온 자연스러운 몸짓의 춤이 아닐까 생각했다. 강강술래가 공중무용이라는 의미와 충분히 서로 도치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창작은 국악인 송소희에게 해방감을 주는 요소였다.

송소희는 "20년 넘게 민요를 했는데, 민요는 정답을 향해 가야 하는 장르라 정해진 틀이 있었다. 나를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나라는 사람은 조금 이단아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정해진 곡을 부르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양음악을 공부하며 미디로 곡도 써보고 가사도 써보니 조금씩 해소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동시에 원래 하던 국악, 경기민요도 더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나 진짜 멋진 음악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양쪽 모두 해소가 됐다. 자부심이 더 올라갔다. 나의 본캐는 국악, 경기민요를 하는 사람이고, 조금 더 재밌게 살고 싶은 마음에 부캐를 만들어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 안에 이런 길이 있는 줄 몰랐다. 용기를 갖고 모든 걸 던져버리고 창작을 해보니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구나', '이런 음악도 스스로 만들어낼 줄 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무엇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많은 분의 플레이리스트를 조금 더 다양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송소희의 첫 번째 미니앨범 '공중무용'은 지난 4일 정오에 공개됐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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