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모든 기업 중 영업이익 1, 2위에 오른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과 기아 송호성 사장은 각각 39억원, 33억원을 수령했다. 장 사장의 급여는 11억원, 성과 인센티브 등은 18억원 정도였다. 송 사장도 기본급은 장 사장과 같은 금액이다. 평범한 사원으로 입사해 국내 굴지의 기업 CEO가 되면 30억~70억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CEO 문턱의 부사장들은 이보다 훨씬 낮다. 대개 10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올해 사업보고서에 올라와 있다.
해외 CEO보다 훨씬 적은데도 국내 기업 CEO들은 사업보고서가 나오는 4월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연봉 5억원 이상 임직원 명단을 공개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이게 나오면 “뭘 잘했다고 그렇게 많은 연봉을 받냐”는 식의 공격이나 비아냥을 들어서다.
올해도 한 기업은 여기저기 눈치가 보였는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주요 시장에서 선전했고,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 등을 통해 우수한 경영 실적을 달성한 성과와 대표이사로서 경영 전반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구구절절 설명했다.
한국 사회는 최소한 연봉에 대해선 CEO보다 연예인과 유튜버, 스포츠선수에게 더 관대하다. 지난해 프로야구 선수 중 13명이 ‘연봉 10억원’ 벽을 넘었다. 따로 옵션으로 받는 금액이나 자유계약선수로 계약할 때 받는 수십억원의 계약금은 별도다. 일부 연예인은 광고 한 편에 10억원을 받는다. 그런데도 질투하지 않고 동경한다. 우리 기업을 반석에 올린 CEO의 활약이 톱 탤런트나 야구선수 못지않은데도 말이다.
얼마 전 한 기업분석연구소는 국내 500대 기업 CEO의 평균 보수와 직원 평균 보수 간 차이가 24배라는 자료를 냈다. 일각에선 그 차이가 너무 커서 양극화가 심해진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CEO와 직원 간 격차가 가장 큰 카카오의 지난해 직원 평균 보수는 1억원이었다는 사실은 쉽게 무시된다. 훌륭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키우면 그 성과는 결국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걸 보여준 수치다. 지금 한국 글로벌 기업의 CEO 연봉은 더 많아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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