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한 뇌세포 젊게…국내 연구진, 치매 치료 가능성 제시

입력 2024-04-12 10:35   수정 2024-04-12 10:36


뇌 속에서 청소부 역할을 하는 세포를 젊게 되돌려 뇌의 인지기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연구재단은 경희대 김동운 교수 연구팀이 충남대 뇌과학연구소 신효정 박사와 공동연구를 통해 뇌세포의 80%를 차지하는 교세포 중 미세아교세포(Microglia)를 역노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치매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11일 밝혔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에서 신경 퇴행 반응을 일으키는 다양한 독성 물질을 제거하고, 신경 뉴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뇌 회로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청소부인 셈이다.

뇌에 독성을 띠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라는 물질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치매가 발생한다. 미세아교세포의 기능이 정상일 때는 해당 물질을 먹어 치우지만, 미세아교세포가 노화하면 플라크를 먹어 치우는 탐식 기능이 떨어지면서 신경염증 및 뇌인지 기능 장애가 유도되고 치매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미세아교세포에 나노입자가 높은 효율로 섭취된다는 점에 착안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 정도를 조절하는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알츠하이머를 겪는 동물 모델에 적용한 결과, 나노입자가 전달한 표적 유전체가 세포노화 유도인자인 'p16ink4a' 유전자를 억제해 늙은 미세아교세포를 젊게 역노화 시켰다. 이를 통해 미세아교세포의 탐식과 인지기능이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조절해 치매 등 다양한 뇌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운 교수는 "뇌 속 미세아교세포로 약물 또는 유전체 전달 조절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18일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분자 신경퇴화(Molecular Neurodegeneration)'에 실렸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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