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尹 책임론? 선거는 당이 치렀다" [당선인 인터뷰]

입력 2024-04-12 13:37   수정 2024-04-12 13:38



22대 총선에서 '정권 심판'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대승을 거뒀다. 야권에서 국민의힘에 내어준 것을 뼈아프게 여기는 지역이 몇 곳 있는데 그중에서도 '마포갑'이 대표적이다. '마포갑'은 전통적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이지은 민주당 후보와 맞붙어 '599표' 차이로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조정훈 의원은 48.30%(4만8342표), 이지은 후보는 47.70%(4만7743표)를 얻었다.

조 의원은 12일 지역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너무 감사하다. 유권자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으로 이겼다"며 "제가 불쌍해서 살려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갑은 서울 한강 벨트의 중심축 중 하나로, 현역인 4선의 노웅래 의원과 그 부친인 노승환 전 국회의장까지 총 '9선'을 한 곳이다. 민주당의 '영입 인재'로 정치를 시작해 원내 1석의 소수 정당인 '시대전환'을 이끌던 조 의원은 국민의힘에 승선한 뒤, 민주당의 '텃밭'을 탈환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과 합당한 뒤, 마포갑 지역 공천을 받기까지 전현직 의원 '4인'이 붙은 살벌한 당내 경선을 거쳤다. 예선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거친 그는 결국 본선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마포갑 선거구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35% 안팎으로 조사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조 의원은 '개인기'로 약 15%포인트 이상을 득표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조 의원은 마포의 새 얼굴이다. 그런데도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21대 국회에서 보여준 의정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 꼽힌다. 조 의원은 "저를 찍지 않은 47%의 유권자분들이 4년 뒤에 '조정훈 그래도 괜찮았다'라는 신뢰를 얻도록 이를 악물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21대 국회 국민의힘 소속 비례대표 의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역구에서 당선돼 '살아 돌아온' 의원이기도 하다. 조 의원 역시 '지역구 재선 의원'으로서 짊어져야 할 막중한 책임감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22대 총선 백서 단장을 맡아보고 싶다"며 "이기는 정당, 다른 말로 하면 지지율 높은 정당이 돼야 한다. 이기는 정당으로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다음은 조정훈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어려운 지역에서 당선됐다. 소감은?

"너무 감사하다. 생각보다 더 어려운 싸움이었다. 40년 민주당 정치의 뿌리가 깊었다.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느낌이었는데, 유권자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으로 이겼다."

Q. 승리 요인을 꼽는다면?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와서 자기는 '20년 마포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마포 분들이 그 얘기보단 마포 새내기인 제가 던졌던 공약이 더 피부에 와닿으셨던 것 같다. 또 저의 (21대 국회) 의정활동을 보시고, '이 정부 꿀밤 한 대 맞아야 하긴 하는데, 조정훈 보고 뽑았다'는 분이 어제 당선 인사하며 수두룩했다. 제가 불쌍해서 살려주신 것 같다."

Q. 조정훈이 온 마포,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599표의 기적을 만들어보고 싶다. 간신히 박빙으로 이겼지만, 제가 14만 유권자를 다 대표해야 하지 않나. 벌써 공약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일을 시작했다. 많이 달라질 것이다. 매우 현실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저는 할 수 있는 공약만 제시했다. 교육이 발전할 것이고, 제 임기 중에 한강 지하화 착공될 것이고, 공덕동으로 상징되는 7~8개 재개발 단지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경의선 숲길은 더 개선되고 넓어질 거다. 그래서 '바꾸길 잘했다'라는 평을 제가 반드시 받도록 하겠다. 민주당은 매번 우리를 '부자 정당'이라고 비난한다. 중산층과 부자가 많으면 우리를 찍어준다는 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 어떻게든 지역을 잘 살게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은 반대 인센티브가 있을 것이다. 전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겠다."

Q. 이제 지역구가 있는 재선 의원이 됐다. 당내에선 어떤 역할을 할 건가?

"우리가 총선에서 3번 졌다. 이 정도가 되면 그냥 진 게 아니다. 이건 구조적으로 진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또 질 것이다. 선거 구조를 말하는 거다. 결국 아직은 양당인데, 선거하는 방식, 공천하는 방식, 선거를 대하는 방식. 마지막으로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지만, 이기고자 하는 간절함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본다.

왜 졌는지에 대한 깊은 반성, 그리고 뭘 고쳐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교훈,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 이게 없이 누가 새로운 당대표가 된다고 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 새 당대표에 기대를 걸었다 실망한 게 한두 번인가. 그래서 이기는 정당, 다른 말로 하면 지지율 높은 정당이 돼야 한다. 이기는 정당으로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Q. 지난 총선에서도 참패한 뒤 나름대로 반성은 했었다. 총선 백서도 나오고 했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총선 백서 단장을 맡아보고 싶다."



Q. 총선 참패와 관련 당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도 솔솔 나온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선거는 국민의힘이 치른 것이다. 이기려는 간절함이 민주당에 비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정책이나 의대 정원을 다루는 모습이 도움이 안 됐다? 그러면 국민의힘이 더 적극적으로 애기했어야 한다. 선거 때는 가만히 있고 당선되고 나서 대통령 임기보다 임기가 더 길어지니 자유롭게 말하겠다는 건 한 팀이 아닌 것이다.

아까 말한 대로 체제를 바꿔야 한다. 앞으로 더 불리한 선거밖에 안 남았다. 2026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대통령) 임기 4년 차다. 얼마나 어렵겠나. 2027년엔 대선, 그리고 2028년엔 총선이 있다. 대선 바로 1년 뒤가 총선이다. 2026년, 2027년, 2028년에 연거푸 주요 선거가 있다. 지선에서 이기면 대선에 유리하고, 대선에서 이기면 총선도 휩쓸 거다. 결국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남은 시간 동안 이기는 정당으로 거듭나느냐다. 제가 계속 강조하지만, 보수정당=부자정당, 보수=강남, 보수=영남, 보수=남자 이 공식만 믿고 가다가는 또 질 거다. 지금까지 지지 않았나. 어떻게 하면 보수=중산층과 서민층, 보수=충청과 호남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왜 수도권에서 3분의 1만 이긴다고 생각하는지, 왜 수도권에서 과반을 못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수도권을 휩쓰는 정당이 더 멋있고 능력이 있어 보인다.

특히 마포는 여의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장 먼저 맞는 동네다. 선거 운동하면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르다. 저는 수도권 중심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기는 정당의 핵심은 수도권 과반 정당이다. 수도권에서 과반 하면 질 수가 없다. 수도권에서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Q. 21대 국회를 경험한 입장에서 22대 국회에 기대하는 모습은?

"(21대 국회보다) 더 살벌할 것이다. 21대 때는 그래도 대선도 치르고, 새 대통령에게 기회를 주자는 말이 먹혔지만, 이제는 정권 교체 바람이 하루하루 다르게 강하게 불 거라고 본다. 그래서 거칠고, 진영 논리에 지배되는 정치가 될 것이다.

민주당이 국회를 이끌 건데, 본인들의 집권 플랜을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큰 문제 몇 가지는 해결했으면 좋겠다. 민주당이 연금개혁이나 노동개혁 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저출생, 이건 국회가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하면 국민의힘은 반대할 이유도 없고, 반대해서도 안 된다. 우리도 나름대로 개혁안을 만들어 낼 테니, 우리가 던진다고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더 좋은 대안이 있으면 주고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두세 가지라도 하자. 그러고 나서 '올 오어 나띵'인 대선을 앞두고 국회 (임기) 말에 싸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Q. 22대 국회에서 '국민의 대표'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을 꼽는다면?

"희망의 정치.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 말과 글에서, 메시지와 행동에서. 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지역 선거를 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실력, 깨끗함, 다 요구하지만, 희망의 끈을 찾고 싶어 하시는구나(를 느꼈다.) 너무 삶이 어려우니까. 자영업자든 직장인이든 사업하시는 분들이든 다 어려우니까, 정치인에게 희망을 기대하시는구나. 제가 한 번 '기대해봐도 좋을 정치인'이라는 그 메시지를 꼭 한번 드려보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

"정치를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정치를 포기하면 가장 저질인 인간에게 지배당하게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마포는 투표율이 높아 투표율이 71%가 나왔지만, 그런데 여전히 30% 정도는 투표를 안 하신 거다. 더 많은 분이 투표하셨으면 좋겠고, 정치를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저를 찍지 않은 47%의 유권자분들이 4년 뒤에 '조정훈 그래도 괜찮았네. 내가 비록 찍진 않았지만, 다음에 나오면 생각해 봐야겠네. 투표할 만하네'하는 신뢰를 얻도록 이를 악물고 노력하겠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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