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과 부자가 많으면 우리를 찍어준다는 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 어떻게든 지역을 잘 살게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인센티브가 있을 것이다. 전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겠다"(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22대 총선에서 서울 마포갑 지역에 출마해 단 599표의 차이로 승리를 거머쥔 조정훈 의원은 한경닷컴과 진행한 당선인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산층과 부자가 많으면 국민의힘에 표를 준다'는 그의 말은 과연 사실에 부합할까?
'부동산 표심'이 선거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된 가설이다. ㎡당 평균 매매가가 높을수록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인데, 정권 심판의 바람이 거센 이번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의 생환을 뒷받침한 강력한 힘은 '부동산 표심'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지역 역시 당초 여론조사나 출구조사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나왔었다는 사실이다.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은 지역구의 공통점은 서울 평균보다 현저하게 집값이 높은 동이나 재건축 열망이 강한 동의 '화끈한 밀어주기'가 있었다는 점이다.
용산구의 경우, 한남동과 이촌동, 서빙고동 등 대표적인 부촌이 있는 지역이다. 이들 동의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은 최저 55%에서 최고 68%를 기록했다. 반면, 이들 동을 제외한 빌라와 상권으로 이뤄진 다른 다수의 동에서는 강태웅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더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촌동에는 LG한강자이 아파트, 한가람 아파트 등 고가 아파트 단지와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한강맨션 아파트 등이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한 동작을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동작구 내에서 가장 활발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흑석동의 경우 나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60.52%를 기록했지만, 류삼영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38.39%에 그쳤다. 흑석동에는 동작구 대장 아파트이자 '한강뷰 아파트'로 유명한 아크로리버하임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 빌라 위주로 이뤄진 사당 1, 4, 5동에서 나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과반에 못 미쳐 류 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마포구갑에서도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동은 용강동, 아현동 순으로 아파트 평당 가격이 가장 높은 동네 순서와 일치했다. 조 후보는 아현동에서는 전체 득표수의 16.9%에 해당하는 8172표를 얻었다. 특히 서울 강북 지역의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조 후보의 득표율은 58.03%, 이지은 후보는 38.12%에 그쳐 큰 격차를 보였다.
이번 총선 최대 이변으로 꼽히는 민주당 텃밭 도봉갑의 경우 '재건축' 이슈가 있는 동에서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 동별로 살펴보면, 김 후보가 안귀령 민주당 후보를 유의미하게 앞선 지역은 창1동과 창4동, 창5동 등 세 곳이었다. 이들 지역은 도봉갑 지역 내에서도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곳으로, 특히 지은 지 30년이 넘는 주공 아파트 단지들이 많아 재건축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곳이다.
이혜훈 국민의힘 후보와 박성준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중구성동구을에서는 아파트 평당 가격이 4921만 원으로 높은 옥수동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57.56%였던 반면, 박 후보의 지지율은 41.89%에 그쳤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집값과 양당 득표 차의 상관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와 관련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자산의 규모가 크거나, 자산 가치가 높은 곳들은 국민의힘을 지지할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며 "재건축뿐 아니라 감세 부분에서 공약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단순하게 하나의 요인으로만 볼 수는 없고 인물에 대한 평가도 있겠지만, 부동산 자산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곳에서 이런 경향성이 나타나는 것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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