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목줄이 있는 평범한 카드 같지만 안경을 갖다 대자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이 보인다. 남의 시선을 피해 인터넷 서핑, 동영상 시청, 게임하기 등을 할 수 있다. 휴대폰 반입이 불가능한 곳에도 몰래 들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외관은 일반적 카드 형태로 제작됐다. 눈대중으로 봐도 두께는 0.9mm 내외로 상당히 얇은 이른바 '카드폰'이다.
안경 쓰면 카드가 휴대폰으로 '변신'...최근 인기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타오바오, 샤오홍슈 등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선 이같은 '카드폰' 판매글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휴대폰을 개조해 만든 '위장폰'이다. 일반적으로 애플 아이폰5S 등 구형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만 빼내 얇게 겹쳐 목걸이형 카드 홀더에 끼워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꼭 필요한 부품만 사용해 개조한 것이라 사진 촬영이나 스피커 기능 등은 제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웹 서핑과 영상 시청, 게임 플레이, 앱 구동 등은 가능하다. 무선 충전 기능도 제공한다. 몰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수요가 있는 학생층이 주요 고객이다. 판매글엔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들키지 않게' '애플 카드폰' '맞춤형 개조' '학생에게 직접 판매' 등이 적혀 있다. 가격도 170~300위안(약 3만2000원~5만6000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무엇보다 육안으로 봤을 땐 평범한 카드나 학생증처럼 보인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구매시 제공되는 특수 안경 또는 필름을 갖다 대면 스마트폰 내부 화면을 볼 수 있다. 학교 수업 시간 등 휴대폰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쪽같이 숨길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스마트폰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영상을 보거나 채팅을 하기엔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전해진다.
판매자들은 "블루투스 기능도 쓸 수 있다"거나 "애플 정품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을 앞세운다. 중 펑파이신문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 같은 '카드폰' 인기를 보도하며 "식사 카드 개조 휴대폰 키워드를 검색하면 관련 상품이 258개 판매되고 있다"며 "겉은 빈 화면이지만, 특수 안경을 착용하면 숨겨진 콘텐츠들을 볼 수 있어 은폐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계속 쓰면 학업·건강 부정적 영향…"판매 규제 강화해야"
현지 언론의 대대적 보도 후에도 일부 쇼핑몰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카드폰은 자제력이 약한 초·중학생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원칙적으로 학생들의 휴대전화 교내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학부모 동의를 얻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학교에 별도 보관을 요청한다.
한 학부모는 현지 언론을 통해 "오늘날 아이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이 전자 기기에 의존하고 있다. 휴대폰 교내 반입이 불가능하지만 꼼수가 너무 많아 모두 단속하기 어렵다"며 "처음 카드폰의 존재를 알고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카드폰을 사게 되면 학교생활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업계에선 오랜 기간 카드폰을 사용할 경우 학생들의 학업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불법 개조 '카드폰'을 사용하면 안전 기준에 맞지 않아 배터리가 부풀거나 과부하가 발생할 경우 화재가 날 수 있다. 불법 개조 상품 유통 자체도 문제다. 상표권 침해 소지 또는 위조품 생산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카드폰 판매자들이 입점한 이커머스 업체 중 하나인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 측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상품 노출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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