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K2' 출신 가수 박보람(30)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심장·뇌혈관질환이 고령층만 위협하는 게 아니라는 우려가 부상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박보람은 지난 11일 오후 9시 55분께 남양주시 소재 지인의 주거지에서 술을 마시다 화장실에 간 후 쓰러졌다. 지인들은 경찰에 "박보람이 나오지 않아 확인해보니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박보람은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여 만인 오후 11시17분께 끝내 숨을 거뒀다. 발견 당시 그에게 별다른 외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이르면 내일 중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박보람의 사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20·30대 젊은 층에서 심장·뇌혈관질환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들 세대의 불안감은 고조됐다.
박보람의 사망이 충격을 준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갑자기 찾아온 급성심근경색을 겪고 다리까지 절단한 1993년생 유튜버가 재조명됐다.
유튜버 '이모니'는 2020년 채널을 개설하고 다리 절단 후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조금은 느린 일상을 담담하게 전해 감동을 주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심장질환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 이후 혈전으로 인한 괴사가 발생했고 끝내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이모니'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 "죽었다 살아났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올려 위급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퇴근 후 저녁을 먹고 강아지 산책을 시켜야 하는데 당시 날씨가 춥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나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면서 "그냥 쉴까 하다가 이왕 할 거면 빨리하자 싶어서 강아지 목줄 채우고 버릴 재활용 쓰레기봉투를 들고나왔다"고 운을 뗐다.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 발생한 것은 엘리베이터를 타고부터였다.
쓰레기를 버리러 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 도착한 순간 가슴에 총을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그는 "가슴 잡고 '아!' 하면서 '이게 뭐지?' 생각하며 쓰레기를 버리는 쪽으로 걸어갔다"면서 "점점 가슴 통증이 심해지고 힘이 빠지기 시작해서 당장 쓰러질 것 같았다. 지하라 인적이 없으니 더 힘이 빠지기 전에 밖으로 나가야겠다 싶어서 한손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차가 출차하는 언덕을 기어서 올라갔다"고 전했다.
이어 "힘이 하나도 없고 가슴은 아프고 해서 경비실 옆에 누웠다.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라 이게 뭐지 하고 있는데 심장이 싸한 느낌, 식은땀이 나면서 가슴이 계속 짓눌리는 강도가 세지기 시작했다"면서 "옆에 있던 강아지는 제가 쓰러지자 짖어대기 시작했는데 그걸 들은건지 지나가던 여성들이 나를 발견하고 신고를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숨이 차면서 목 안에서 거품이 계속 나와서 상체만 들어 올려서 뱉어내야 했다. 도착한 구급대원은 '과호흡이 온 거 같다'고 하다가 그의 증상이 심상치 않자 더 적극적으로 병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코로나 시국이라 응급실 이용이 쉽지 않던 때였다.
'이모니'는 "제가 강아지 산책을 나오지 않았으면 집에서 잘못됐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처음 그 상황을 겪으면 너무 아프긴 한데 이게 병원에 가야 하는 건지 아닌지 판단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젊은데) 내게 급성심근경색이 올 줄 생각이나 했겠나"라며 "겨울에 특히 이런 경우가 많다더라. 혈관이 수축해서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니까 겨울엔 꼭 보온에 신경을 쓰라"고 조언했다.
그는 심근경색 후 혈전 때문에 다리 괴사가 발생하자 무릎 밑 7cm 절단을 했다. 무릎만은 살리고 싶었으나 이후 혈전이 이어지며 또 한 번 무릎 위로 절단하는 수술을 해야 했다고. 현재는 재활 후 의족을 통해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대중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이모니'는 "장애인이 일상생활하는 걸 보면서 힘을 얻었다는 댓글을 봤다"면서 "저도 다리 절단한 분들이 올린 영상을 보고 힘을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저 또한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유를 전했다.
한편 코로나19 유행 전후로 생활 습관이 나빠진 젊은 층에서 심장혈관질환·뇌혈관질환·고혈압·당뇨병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급성 심정지 조사 심포지엄 자료를 보면, 급성 심정지 환자 10명 중 7~8명은 심근경색·부정맥·뇌졸중이 원인이다. 나머지 약 20%는 추락이나 운수사고 등 질병 외 원인으로 발생했다.
심장·뇌혈관질환은 급성 심정지(갑자기 심장 활동이 심각하게 떨어지거나 멈춘 상태)를 일으킬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
급성 심정지로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가 2022년 3만5018명(남성 64%, 여성 36%)으로 전년(3만3235명)보다 1700여 명 늘어났다. 그러나 생존율은 7.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그 치명도를 짐작게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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