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런 혁명적인 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류는 늘 거대한 변혁을 거치며 살아왔고 그 과정을 통해 번영해왔다. 그래서 역사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데 가장 쓸모있는 도구가 돼준다.
인도계 미국인으로 외교정책전문가면서 CNN 간판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파리드 자카리아는 <혁명의 시대(Age of Revolutions)>라는 책을 통해 기존의 질서와 규범을 뒤흔든 ‘세 번의 혁명 시대’를 조망한다. 인류 역사의 전환기를 되짚어보며, 과거에서 교훈을 찾아 미래를 구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위기에 처한 것은 현대성 그 자체이다”라며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흔드는 도전에 대해 당당히 맞설 것을 주문한다.
책에 소개된 첫 번째 혁명은 ‘자유 혁명’으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다. 17세기 네덜란드 공화국의 성공 비결은 여러 도시와 항구의 힘을 모아 강력한 방어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절대주의 군주제를 거부한 자유 무역의 옹호자였다. 그래서 그 척박한 땅에서 광활한 토지 개간이 시작될 수 있었다.
자카리아가 꼽은 두 번째 혁명은 ‘프랑스 혁명’이다. 오늘날까지 우리를 괴롭히는 이데올로기 대립과 피의 유산을 남긴 폭발적인 시대가 바로 프랑스 혁명이었다. 지금까지도 그 유산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세 번째 혁명은 ‘모든 혁명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산업혁명’이다. 이 혁명으로 인해 영국과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확립됐고, 현대 세계가 만들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데 4년이 걸렸다면, 인스타그램은 2년 만에 같은 숫자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그리고 챗지피티(ChatGPT)를 1억 명이 사용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개월뿐이다.” 자카리아는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거대한 혁명을 진단한다.
‘세계화’ ‘기술’ ‘정체성’ 그리고 ‘지정학’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과거 어떤 혁명보다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혁명이 얼마나 더 위협적일 수 있는지 경고한다. 오늘날의 혁명으로 인류가 얻은 혜택을 무시할 수 없지만, 지금 우리는 그로 인한 심각한 혼란과 정체성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다.
세계를 떠받치던 축과 기둥이 흔들리며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책은 우리가 다시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다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회복하고, 다시 진보와 번영의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올 11월 너무도 중요한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 책이 미국에서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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