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실행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 월가에선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경제의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 물가상승률이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란의 공격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더욱 강해지면서 금값은 급등했다. 반면 대표적인 위험 자산인 암호화폐 가격은 한때 급락했다.
국제 유가 시장과 뉴욕 증시는 이미 지난주부터 중동 위기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고 전장 대비 0.64달러(0.75%)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고 종가는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였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측하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 래피던 에너지의 밥 맥널리 사장은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돼 호르무즈 해협에 차질이 생기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에 미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매일 1800만 배럴의 석유가 지나가는 핵심 수로다. 레피던 에너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같은 혼란이 생길 가능성을 30%로 제시했다.
이번 유가 상이 지속할 경우 전 세계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은 올해 1~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모두 예상을 웃돌면서 시장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점도 기존 6월에서 9월로 미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전쟁 초기였던 지난해 10월 충돌 확대에 따른 여파를 우려하면서, 유가가 10% 상승 시 글로벌 생산이 0.15%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면서 국제 시장 금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400달러선을 넘어섰다. 12일(현지시간) 금 가격은 장중 온스당 2448.8달러로까지 올라가며 사상 최고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금 가격은 지난달 4일 사상 처음으로 2100달러선을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인 이달 3일엔 2300달러대 위로 올라섰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탓에 많은 투자자가 미 국채보다 금을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더 나은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위험자산인 암호화폐는 급락했다. 14일(현지시간)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오전 1시 30분 기준 6만 4298달러로 24시간 전보다 5.26.달러 떨어졌다. 이란의 공습 가능성에 6만6000 달러대에서 움직이던 비트코인은 이날 공습 개시 소식에 7% 이상 급락하며 6만2000 달러선 아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6만2000 달러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4일 이후 약 20일 만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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