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일러스트레이션 전시, 패션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전시 등에는 3만~5만원에 달하는 입장료가 책정돼도 관람객의 거부감이 없는 반면 미술 관람의 꽃인 명작 원화전에는 2만원만 넘어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낮은 입장료로 인한 업계의 적자 규모 확대는 전시 수준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 있는 한 사립미술관이 개최한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 개인전은 형편없는 전시 구성으로 비판받았다. A4 용지 크기로 인쇄한 사진 몇 장, 작가와 관련한 영상 몇 점과 뜬금없는 설치물 2개가 전부였다. 남아도는 전시장 공간은 작가의 명언을 적어 놓은 타이포그래피가 채웠다. 입장료는 2만원이었다. 미술관 측은 “누적된 적자로 인해 작가의 주요 작품을 국내에 들여올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앙리 마티스전’ ‘데이비드 호크니전’ ‘알폰스 무하전’ 등의 거창한 이름을 걸어놓고 수준 낮은 판화만 걸려 있는 ‘돈벌이 전시’가 최근 몇 년 새 부쩍 늘어난 점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해 국공립 미술관과 박물관의 낮은 입장료를 유지하더라도, 적어도 외국인한테만큼은 입장료를 올려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보급 유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해외 관광객한테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다. 이집트 유물과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있는 그랜드이집트박물관의 자국민 입장료는 150이집트파운드(약 4300원), 외국인 성인의 입장료는 이보다 7배가량 비싼 1000이집트파운드(약 2만8680원)다.
김보라/안시욱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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