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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앞날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면서 주가가 올해 들어 곤두박질 쳤는데요. 여기에 BYD, 샤오미 등 경쟁자들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테슬라 전성기는 이제 막을 내린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오는 8월 로보택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단계에 왔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함께 엔트리급 모델인 전기차 ‘모델2’ 신차도 내년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테슬라는 로보택시와 자율주행 기술, 신차를 통해 다시 한번 성장시대를 구현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경쟁자들과 악전고투하는 여러 전기차 제조사 중 한 곳으로 머물게 될까요. 테슬라를 둘러싼 전망을 정리해봤습니다.
테슬라 주가, 1년 전과 지금
테슬라 주가는 최근 160~17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250달러 정도였던 주가가 30%가량 하락했습니다. 한때 ‘천슬라’라는 수식어와 함께 시가총액도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할 정도로 커졌지만, 최근에는 5000억 달러대로 녹아내렸습니다. 시총 순위는 미국 상장기업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입니다.작년부터 둔화한 전기차 수요 둔화가 테슬라 주가를 끌어내린 핵심 요인입니다. 고금리 지속과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사람들이 전기차 구매에 인색해진 것이죠. 테슬라가 수요 확대를 위해 차량 가격을 여러 차례 내렸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판매 부진, 차량 가격 인하, 수익 악화, 수요 감소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테슬라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도 인색해졌습니다. 웰스파고는 지난달 테슬라에 대한 의견을 비중 축소 즉, 매도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125달러로 낮췄습니다. 그러면서 ‘성장 없는 성장주’라고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모건스탠리도 목표가를 345달러에서 320달러로 낮췄고, 도이체방크는 250달러에서 218달러로 내렸습니다. UBS(225달러→165달러)와 골드만삭스(220달러→190달러)도 일제히 주가를 낮춰 잡았습니다.
테슬라 실적도 신통치 않습니다. 테슬라는 작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난 매출 251억7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월가 예상 평균치인 256억달러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영업이익은 20억6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7% 급감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8.2%로 반 토막 났습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어닝 미스’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 수요 부진이 심화하면서 고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실적 악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이 급감했습니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38만6810대의 차량을 인도했는데요. 이는 작년 1분기의 42만2875대 대비 8.5% 감소한 수치입니다. CNBC가 집계한 월가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44만3000대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 감소는 2020년 이후 4년 만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습니다. 테슬라의 작년 4분기 차량 인도량이 48만450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판매 부진이 한층 심화한 모양새입니다. 이달 중 발표될 올해 1분기 실적도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입니다.
물론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모델3 차량의 업데이트로 프리몬트 공장 생산 가동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환경 운동가들이 독일 공장 인근에 불을 지르면서 가동 중단 사태를 겪기도 했고요. 홍해에서 후티 반군 공격으로 부품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습니다.
테슬라의 올해 차량 판매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회사 파이퍼 샌들러의 애널리스트 알렉산더 포터는 테슬라의 올해 연간 인도량이 지난해의 180만8581대보다 0.5% 감소해 180만대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가속페달 밟는 中 경쟁사들
중국의 전기차 공세도 테슬라의 입지를 흔들고 있습니다. 먼저 BYD가 있습니다. 테슬라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양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회사입니다. 가성비와 국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작년 4분기 BYD는 52만6409대의 전기차를 팔아 테슬라(48만34507대)를 제치고 처음으로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 BYD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30만114대를 팔았습니다. 테슬라가 올해 1분기 판매량에선 다시 BYD를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올해 판매실적에 따라 BYD에 1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광활한 중국 내수 시장에서 성장해 온 BYD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BYD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모든 생산 공정을 내재화했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도 높습니다. SNE리서치는 “BYD 등 중국업체들이 유럽과 동남아, 남미에 생산공장을 잇달아 건설하고 있다”며 “향후 중국 외 지역에서도 중국업체의 점유율이 더욱 확대되면 공급 과잉으로 가격폭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패권을 넘보는 BYD에 이어 ‘대륙의 실수’ 시리즈로 잘 알려진 샤오미도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샤오미는 지난 3월 28일 자체 개발한 전기차 모델인 ‘SU7’을 출시했습니다. 2021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에 내놓은 첫 전기차 모델입니다. SU7은 단기간에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을 투입하고 기존 부품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채용한 만큼 다른 전기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고급모델인 SU7 맥스의 경우 1회 배터리 충전으로 최대 800㎞를 달릴 수 있고, 15분만 충전해도 510㎞까지 주행할 수 있습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78초 만에 도달합니다. 최고 속도의 경우 포르쉐 타이칸 터보보다 빠른 시속 265㎞까지 낼 수 있습니다.
시작 가격은 21만5900위안(약 4000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이 차량은 플래그십 모델로 테슬라 모델S, 포르쉐 타이칸과 비슷한 크기인데, 가격은 타이칸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현지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SU7은 출시 4분 만에 1만대, 27분 만에 5만대가 팔렸습니다. 하루 동안 총 8만8898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주문이 몰리면서 일부 물량은 6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샤오미는 올해 연말에 SU7에 이어서 SUV 모델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레이쥔 샤오미 CEO도 SU7을 출시하면서 “2023년 연구개발(R&D)에 240억위안(4조5000억원)을 썼다”며 “앞으로 5년간 경쟁에 대처할 현금이 1300억위안(24조원) 넘게 준비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BYD와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은 중국을 넘어 멕시코·브라질·헝가리를 거점으로 유럽과 북미·남미 등 시장에 진출할 전망입니다. 실제로 샤오미는 15년 이내에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반전 카드1 - 인도
수세에 몰린 테슬라도 여러 반전 카드를 갖고 있습니다. 이 전략들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먼저 인도 시장 진출입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이달 중 인도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때 테슬라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 설립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달 인도 정부는 자국에 최소 5억달러(약 6800억원)를 투자하고, 3년 이내 공장을 설립하는 외국 기업에 전기차 관세를 종전의 70~100%에서 15%로 낮춰준다고 발표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초 “테슬라가 인도에 직원을 파견해 20억~30억달러(약 2조7300억~4조950억원)를 들여 설립할 생산 공장 부지 물색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인도는 현재 자동차 판매량의 2% 수준인 전기차 비중을 2030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테슬라에겐 인도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인 셈입니다.
테슬라는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보면 달성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전 세계 주요 국가에 기가 팩토리 건설을 추진 중인 테슬라 입장에서 인도 공장 건설로 생산망 확충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전 카드2 - 로보택시 & FSD
테슬라가 오는 8월 공개하는 자율주행 로보택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소셜미디어 X 게시물을 통해 “테슬라가 8월 8일 로보택시 제품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머스크는 2019년부터 로보택시 개발을 언급해왔는데 공개 시점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자체 개발한 FSD(Full-Self Driving·완전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인 것으로 추정됩니다.로보택시는 기사 없이 스스로 주행하며 승객을 실어 나르는 택시를 말합니다. 머스크는 2019년 ‘테슬라 오토노미 데이’에서 로보택시의 실내 이미지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머스크는 2020년부터 로보택시를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해왔습니다. 2022년 1분기 실적 발표 후엔 “2024년부터 로보택시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스티어링휠은 물론 브레이크와 가속페달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슬라의 FSD 시스템은 개발자의 주행 코드 없이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운전 동영상을 보고 학습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입니다. 누적 3억마일(4억8280만㎞)의 주행 영상 데이터로 기술을 고도화했습니다. 최근 배포된 FSD 베타버전 12의 경우 완전 자율주행에 근접했다는 것이 테슬라의 내부 평가입니다.
테슬라 로보택시의 실제 성능이 미래 자율주행 기술의 향방을 가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로보택시는 앞서 구글의 웨이모와 제너럴모터스(GM)의 크루즈가 관련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상업운행에 나선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연이은 사건·사고로 크루즈의 운행이 중단되는 등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애플도 10년 동안 진행해온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테슬라의 장기적 전망을 낙관하고 있습니다. 그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엔 3조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로보택시와 관련해 아이브스는 “규제 기관의 허가를 받고 나면 테슬라의 FSD 12 버전은 테슬라가 이룬 성취를 완전히 증명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는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의 5%는 자율주행 차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FSD를 완성도 높게 구현한다면 다른 완성차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판매 서비스를 통해 더 높은 점유율과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환의 시대
테슬라 안팎에선 현재의 가격 전쟁으로 테슬라의 상황이 개선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격을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가격 전쟁에 말려들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가격을 더 내릴 것이라 예상하고 구매를 더 미루기 때문이죠. 최근에 테슬라가 모델Y 가격을 살짝 인상했습니다. 이는 ‘더 이상 추가적인 가격 인하는 없다’는 시그널을 보이기 위한 정책이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씨티그룹 역시 “미국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는 가격 인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테슬라는 앞으로 차량 판매 전략에 있어서는 ‘투웨이 전략’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모델2와 같은 보급형 저가차량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모델X와 사이버트럭 등 고급차량으로 수익을 내는 전략입니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에서 이런 전략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로보택시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입증하고,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전기차 제조사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이를 자율주행 기술을 미처 완성하지 못한 기업에 판매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FSD의 비전센싱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휴머노이드로봇 옵티머스의 완성도도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테슬라가 전기차와 함께 휴머노이드로봇 제조사로도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 회사가 아닌 인공지능 IT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테슬라의 성장 주역인 일론 머스크의 행보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테슬라의 CEO로서 보다 책임 있는 언행, 헌신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테슬라의 미래를 짊어진 머스크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 보입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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