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222만 대에서 지난해 1406만 대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타이어의 수명은 국가별 도로 환경 및 운전자의 주행 습관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2~4년 안팎으로 계산한다. 신차 출고 당시 장착된 타이어(OE)를 교체용 타이어(RE)로 갈아 끼울 때가 된 셈이다. 전기차 타이어는 내연기관차 타이어보다 30%가량 비싸다.
국내 타이어 3사(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가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 53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2616억원)와 비교해 두 배 이상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배경 중 하나다. 타이어 3사는 제조업으로는 이례적인 10% 안팎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타이어 3사의 실적이 이처럼 좋아진 배경에는 전기차용 타이어와 같은 고부가가치 타이어 판매 증가가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등으로 인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10% 이상 무겁다. 가솔린·디젤 엔진과 비교해 급가속이 가능한 전기 모터 특성상 타이어 접지력 및 내마모도 향상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용 타이어에는 고농도 실리카(이산화규소)와 고기능성 폴리머(화합물)와 같은 차세대 보강재가 들어간다. 가격은 30%가량 비싸진다. 저인치 타이어(17인치 이하)보다 비싼 고인치 타이어(18인치 이상)의 판매 증가도 수익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고인치 타이어는 고성능 스포츠카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형 세단 등 프리미엄 차종에 주로 들어가며 가격이 비싸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타이어 비중을 지난해 15%에서 올해 25%로,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을 지난해 44%에서 올해 49%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한국타이어는 전기차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 금호타이어는 ‘이노뷔’를 최근 잇달아 선보이며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주요 타이어 제조사 중에 전기차용 타이어 브랜드를 별도로 구축한 것은 국내 타이어 회사들 뿐이라는 것이 금호타이어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베트남 공장을 연간 1250만 개 생산 규모로 증설한 금호타이어는 유럽에도 1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1200만 개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유럽공장은 금호타이어의 숙원사업이었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루마니아와 세르비아, 포르투갈, 튀르키예 등 4개국을 대상으로 보조금 규모, 세제 혜택 등 각국이 약속한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안에 부지 선정 작업을 완료한 뒤 내년 초 착공할 예정이다.
국내 타이어 3사 중 유일하게 미국 공장이 없는 넥센타이어는 1조7300억원을 투자해 미국 동남부에 타이어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현재 넥센타이어는 조지아, 테네시 등 8개 주를 대상으로 부지 선정 작업 중이다. 내년부터 인허가 및 공장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생산 규모 등은 미정이며 양산 시점은 2029년부터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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