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시간제 시행 이후 많은 기업이 근로시간제한 위반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연장근로수당 등의 지출을 줄이고자 탄력적근로시간제, 선택적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시간제도나 보상휴가제 등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유연근로시간제 등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가 요구되는데,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근로자대표와의 합의 없이 이러한 제도들을 시행하거나, 또는 적법한 권한이 없는 자와 합의 하에 시행하는 등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라는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만일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유연근로시간제도나 보상휴가제 등의 효력이 부정되어 회사가 근로시간제한 위반 및 연장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의 지급의무 발생 등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대표에 대하여 별도의 정의규정을 두지 않고, 대신 정리해고의 절차를 규정한 제24조 제3항에서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근로자대표’로 정의한 뒤 근로시간 및 휴일과 관련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요구되는 개별 조항에서 근로자대표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은 이러한 정의 이외에 근로자대표의 자격, 선출 절차, 방법, 활동, 지위 등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 그 해석에 대한 혼란이 존재한다.
우선 근로자대표의 선정을 위하여 별도의 특별한 선출 절차나 정족수가 필요한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정리해고 시 협의의 상대방이 되는 근로자대표와 관련한 사례들에서 오래 전부터 공단 직원들을 대표하여 노사협의를 할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묵시적으로 인정되어 온 사우회 임원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1두1154,1161,1178 판결), 친목을 목적으로 구성되어 있던 팀장협의체가 확대되어 조직된 사무직대표자협의회(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14517 판결), 과반수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이 회사와 12회에 걸쳐 정리해고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근로자 누구도 위 노동조합의 협의 권한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 해당 노동조합(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두15964 판결)과의 협의를 적법한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로 인정하는 등, 형식적으로는 근로자 과반수의 대표로서의 자격을 명확히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반드시 근로자 과반수로부터 선출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위 사례들은 정리해고에 있어서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협의’할 대상으로서의 근로자대표에 대한 사례로서, 이러한 관점이 유연근로시간제 도입 등에 있어서 회사와 서면’합의’를 체결할 권한을 가지는 근로자대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최근의 행정해석들은 근로자 대표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선정하여야 하며 그 선정방법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한을 정하고 있지 아니하나, 전체 근로자에게 대표권 행사내용을 주지시킨 상태에서 해당 직종이나 직군의 근로자 과반수가 참여한 투표·거수 등의 민주적인 방식에 의하여 선출 또는 결정되어야 할 것(근로기준정책과-4107, 2021.12.9., 근로기준정책과-2872, 2015.7.1., 근로기준정책과-6953, 2017. 11. 09.)이라고 하여 근로자 과반수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근로자대표가 반드시 특정한 방식에 의하여 선출되어야 하거나 근로자 과반수의 찬성표를 받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근로자의 과반수가 그 선발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고용노동부가 2023년 3월 제출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근로자대표는 근로자 과반수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할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위와 같은 내용으로 법률이 개정되거나, 적어도 고용노동부는 근로자대표의 자격으로 근로자 과반수의 선출 참여가 필요하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한편 실무적으로는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대표로 볼 수 있는지 역시 문제된다. 그러나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는 그 목적과 요건, 선발절차 등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자는 동일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 당시에 근로자대표 권한행사 사실이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는 사실과 권한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공고·게시하는 등 사회통념상 근로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지된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위원을 근로자대표로 볼 수 있다(근로기준정책과-1356, 2021. 5. 7.).
반면 근로자대표 선출 당시 재량근로시간제, 선택적·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한 대표권행사 사실을 명시적으로 주지하지 않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라고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선출하였다면, 선출 당시 근로자들이 해당 근로시간제도의 서면합의를 목적으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한다는 점을 주지받은 상태에서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태도인바(근로기준정책과-2538, 2020. 06. 25.), 노사협의회를 통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 선발 당시 선발공고의 내용 등을 다시 확인하고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근로자대표의 임기에 관해서도 근로기준법상 특별히 제한하고 있는 것이 없으나,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대표 선출 당시에는 근로자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 근로자대표로 선출되었다 하더라도 이후 상당기간이 도과하여 서면합의를 할 때에는 해당 사업장의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는 사실이 명백하다면 계속해서 근로자대표의 자격을 유지한다고 보기 어려운바(근로기준정책과-2538, 2020. 06. 25.), 근로자대표를 선출한지 상당한 기간이 경과되었거나 선출 이후 기업의 규모가 많이 성장한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에 앞서 근로자대표의 자격 유지 여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송우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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