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에 영화 같은 승격 이야기가 또 하나 만들어졌다. 영화 ‘데드풀’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48)가 소유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렉섬이 잉글랜드 4부로 승격한 지 1년 만에 3부행 티켓까지 따내면서다.
렉섬은 13일(현지시간) 웨일스 렉섬의 레이스코스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풋볼리그2(4부) 44라운드 홈 경기에서 포리스트 그린을 6-0으로 꺾고 3부 풋볼리그1(3부)로 승격을 확정했다.
렉섬은 지난해 4월 내셔널리그(5부) 우승을 달성해 4부 승격을 확정한 지 1년 만에 ‘연속 승격’의 역사를 썼다. 24승10무10패로 44경기에서 승점 82를 쌓은 렉섬은 최소 3위를 확보했다. 풋볼리그2에서는 1∼3위가 승격한다. 렉섬이 3부리그에서 경쟁하는 건 2004~2005시즌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1864년 창단해 무려 1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렉섬은 웨일스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팀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3부리그에서 경쟁하던 렉섬은 재정난을 겪은 끝에 2008년 ‘세미프로’인 5부리그까지 강등됐다.
잊혀가던 렉섬이 다시 주목받은 건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2020년 11월 레이놀즈가 동료 배우 롭 매컬헤니(47)와 함께 250만달러(약 35억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레이놀즈와 매컬헤니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Sunderland Til I Die)’를 보고 구단 인수를 결심했다고 알려졌다.
레이놀즈와 매컬헤니도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웰컴 투 렉섬(Welcome to Wrexham)’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섰다. 그 결과 렉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기업의 투자도 이어졌다. 영국 골닷컴에 따르면 두 배우가 구단을 인수한 뒤 렉섬의 가치가 200만달러에서 1100만달러(약 152억원)로 치솟았다.
레이놀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렉섬의 승격 소식을 공유하며 “몇 년 전, 웨일스 북부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 때문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될 거라고 내게 말한 사람이 매컬헤니”라며 “렉섬과 공동 구단주이자 내 ‘공범’인 메컬헤니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렉섬은 그야말로 마법과 같다”고 기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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