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3·4호기, 총선 여파로 또 뒤집히나"…주민들 노심초사

입력 2024-04-15 18:25   수정 2024-04-16 00:27


지난 11일 찾아간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 100m 높이의 거대한 송전탑이 병풍처럼 에워싼 원전 부지엔 동작을 멈춘 굴착기만 보였다. 원전의 심장인 원자로가 들어설 장소엔 위치 인식을 위해 꽂아둔 두 깃발만 나부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울본부 남쪽에 들어설 신한울 3·4호기는 정부 에너지 정책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다. 2008년 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처음 포함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8차 전기본에서 건설 계획이 취소됐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지난해 10차 전기본에 다시 반영됐다.

신한울 3·4호기는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 상징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원전 건설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서다. 원안위 허가는 당초 작년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내부 절차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원전업계는 상반기 내 착공도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건설 현장은 대기 상태다. 건설 허가만 떨어지면 착공할 수 있도록 10t 트럭 3만 대 분량의 토사를 다른 곳으로 옮겨 부지 정지 작업을 마무리했다. 한수원은 한울본부 내 92만㎡ 부지 외에도 인근 마을 토지를 수용해 43만㎡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주변 논밭에는 ‘보상이 완료된 토지여서 농작물 경작을 금지한다’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를 원전 생태계 복원의 마중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원전 주기기와 보조기기도 기업에 발주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당이 참패한 총선 결과가 나오자 원전업계는 ‘공사가 더 지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조기기 납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수원에서는 기술적인 문제가 없다는데 원안위가 착공 허가를 내지 않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울진 현지에서 만난 주민은 “울진 주민들은 원전 발전량에 비례해 받는 정부 지원금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생활한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문제가 생기면 여론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 건설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만난 서용관 신한울제2건설소장은 “전력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신한울 3·4호기가 완공되면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곳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탑을 통해 수도권으로 실시간 공급된다. 신한울 3·4호기가 준공되면 한울원전본부는 국내 전체 발전의 약 9%를 담당하는 최대 원전 단지가 된다.

울진=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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