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 전성시대…'오프라인 공연'에 팬 10만명 몰렸다

입력 2024-04-15 18:15   수정 2024-04-23 16:53


“플레이브가 콘서트를 하는 지금 이 순간이 역사의 한 페이지인 것 같아요.”

지난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첫 팬 콘서트. 한 멤버가 소회를 말하자 3000석 규모의 홀을 가득 메운 팬들이 함성을 질렀다. 플레이브는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구현된 남성 5인조 그룹. 올림픽홀 전면에 걸린 스크린에 등장해 ‘칼각 안무’를 출 때마다 팬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떼창을 했다.

15일 플레이브 소속사인 스타트업 블래스트에 따르면 13~14일 열린 플레이브 콘서트는 선예매 때 동시 접속자 수 7만 명을 기록했다. 이 중 티켓을 거머쥔 사람은 이틀 공연 입장객 6000명뿐이었다. 공연 당일 오전부터 올림픽홀 앞엔 아령 모양 응원봉을 든 1020세대들이 모여들었다. 콘서트를 관람한 김희영 씨는 “입장할 때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기분이었다”며 “멤버들이 리프트에서 점프하고 빌런과 격투를 벌이고 하트가 흩날리는 연출이 영화 같았다”고 말했다.

버추얼 아이돌은 K팝 콘텐츠와 기술이 결합해 탄생한 새로운 아이돌이다. 플레이브는 풀 3D(3차원) 캐릭터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스타일인데, 수시로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각 멤버 역할을 하는 ‘본체’가 있고 이들의 입 모양, 표정, 제스처를 모션캡처 기술로 잡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다.

지난해 인천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이세계 페스티벌’에선 6인조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이 첫 오프라인 콘서트를 펼쳤다. 페스티벌 입장권 1만 장은 1차 예매 시작 8분 만에 전량 매진됐다.

이전엔 버추얼 가수의 최종 영상물이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별도의 후보정 작업 없이도 실시간으로 모션 데이터를 입힐 수 있게 됐다. 블래스트 관계자는 “멤버들이 춤을 굉장히 잘 추는데 초반엔 기술이 부족해 실력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다”며 “신체 오차 문제를 기술로 해결해 이젠 라이브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더현대서울이 오프라인에서 연 버추얼 아이돌 릴레이 팝업 행사(플레이브, 이세계아이돌, 스텔라이브 참여)엔 한 달간 10만 명이 몰렸다. 매출은 70억원을 넘었다. 통상 패션 브랜드의 팝업 한 달 매출이 10억원가량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흥행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0만 명은 잠실주경기장 콘서트를 가득 채울 정도의 인원”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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