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에 대한 우려가 출산율 감소의 약 40%를 설명한다”
출산율이 낮아진 근본 원인으로 경력단절을 지목하면서 육아휴직 등 출산 지원 정책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책 연구기관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 사회 성평등, 무자녀 여성과 남성이 경쟁하는 방향으로 진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KDI FOCUS: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를 16일 발표했다.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선 최근 10년간 자녀 유무에 따른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30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무자녀일 경우 9%, 유자녀일 경우 24%로 각각 계산됐다. 무자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하면 경력단절 확률을 최소 14%포인트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덕상 KDI 연구위원과 한정민 KDI 전문연구원은 “경력단절이 없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임금 상승, 출산과 자녀 양육에 수반되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청년 무자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했다.
2014년 이후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소폭 증가했지만, 무자녀 여성의 경우 큰 폭으로 감소했다. KDI는 한국 사회의 성별 격차 축소가 일·가정의 양립이 아닌, 자녀 양육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자녀 여성이 남성과 노동시장에서 경쟁하는 방향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대사회에서 출산은 남녀간 '협상'...경제적 불이익 줄여야
출산율과 소득 간 관계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이론은 ‘교환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출산율과 소득수준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자녀가 많을수록 부모가 양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소득이 높아질수록 기회비용이 커진다는 설명이다.그러나 21세기 들어 일부 고소득 국가에서 소득과 출산율 사이 양(+)의 상관관계가 관찰되면서 이 같은 이론은 설명력이 떨어졌다.
대신 출산에 관한 결정을 남성과 여성 사이 ‘협상’으로 보는 관점이 제기됐다. 여성의 인권이 높아지고 성별 격차가 줄어들면서 가구주가 아닌 남성과 여성이 협상으로 출산을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출산은 남녀 양측의 동의로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성이 출산하더라도 경제적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일수록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소득, 출산율 모두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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