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가 올해부터 전환지원금 등 신규 가입을 위한 혜택은 늘리고 있지만 기존 장기이용자들을 위한 혜택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통신사는 장기이용자 혜택을 늘렸지만 체감도가 크지 않아 '생색내기'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번호이동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전환지원금을 최대 33만원까지 책정했다. 그러나 혜택을 소폭 늘린 SK텔레콤을 제외하면 장기이용자 대상 서비스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KT는 장기이용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6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5G와 LTE·3G 데이터 2GB 제공, 통화 100분, 기본알 1만알, 밀리의 서재 1개월 이용권, 블라이스 셀렉트 1개월 이용권 등이 있다.
그러나 이용 연차에 따라 지급 혜택을 구분하고 있음에도 4~5년 이상만 사용하면 최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0년 이상 초장기 이용할 경우에도 차별화된 추가 혜택이 제공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SK텔레콤은 데이터 쿠폰을 2년 이상 이용자에겐 4장, 3년 이상 5장, 4년 이상에겐 6장을 제공한다. KT는 2년 이상 장기 이용자에겐 4장, 4년 이상 가입자에겐 6장을 주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장기고객 등급을 2년, 5년, 10년 단위로 나눠 구분하고 있지만 데이터와 V 컬러링 무료 쿠폰의 경우 5년 이상 이용자들에게 일괄 6장을 지급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15년간 한 통신사를 사용해왔다는 직장인 정언지(28)씨는 "15년 이상 사용한다고 해서 엄청난 혜택을 받는 건 아니다. 게다가 프리미엄 할인 약정으로 고가 요금제를 쓰고 있어서 데이터 추가 쿠폰은 쓸 일이 거의 없다"면서 "차라리 약정이 끝나고 4~5년 만에 통신사를 갈아타는 게 더 이득인 것 같아 통신사를 바꿔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스페셜 T는 SK텔레콤 가입 연수가 길수록 받는 혜택 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골자로 한다. 5년 이상 SK텔레콤을 이용하면 매년 월 1회 가입 연수만큼의 데이터(1GB 단위)를 추가 제공하며 최대 제공량은 30GB이다. 30년 이상 장기 이용자는 연간 납부 요금과 관계없이 T멤버십 VIP 등급을 부여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우주패스 VIP 혜택을 줄인 것을 감안하면 일종의 이용자 달래기라는 반응도 나온다. SK텔레콤은 매월 지급됐던 우주패스 ALL·LIFE 월간 1개월 무료 쿠폰을 연 3회 사용할 수 있는 월간 9900원 할인 쿠폰으로 변경하며 혜택을 축소했다. 나머지 9번은 우주패스 월간 4900원 할인쿠폰이 지급된다.
각 통신사는 데이터 제공, 할인 쿠폰 외에도 장기 이용자 대상 일회성 이벤트를 열고 있지만 선착순 혹은 추첨제인 경우가 많다. SK텔레콤은 현재 10년 장기 고객에 에버랜드 '숲캉스' 이벤트 시행하고 있지만 추첨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LG유플러스도 10년 이상 장기 이용자를 대상으로 '레고랜드 브릭 풀 스프링 페스타' 프리뷰 초대권 응모 이벤트를 했지만 당첨자는 500명에 불과했다.
SK텔레콤을 20년째 이용하고 있다는 한 사용자는 "스페셜 T 에버랜드 숲캉스 이벤트인 포레스트 캠프 피크닉 이벤트를 신청하려 접속했는데 페이지가 다운됐다"며 "20년 우수 고객인데 이런 식이면 이벤트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통3사는 VIP 인기 혜택 중 하나인 영화 무료 관람 혜택도 줄인 바 있다. SK텔레콤은 연간 12회 영화 무료 관람 티켓을 제공했으나 2021년부터 연 3회 무료와 1+1(한 장 구매시 한 장 무료) 관람으로 혜택을 줄였다. KT는 2019년부터 VIP 등급에 제공하던 연 12회 영화 무료 혜택을 6회로 줄였고 LG유플러스 역시 2022년 12회 무료 혜택을 연 3회에 1+1 예매 연 9회로 변경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포화됐고 5G(5세대 통신) 신규 가입자가 줄어들다 보니 각 통신사들도 장기 이용자 혜택 규모를 결정할 때 예산과 영업이익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제공하려 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요금 구간이 전보다 다양화됐고 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는 등 가입자 선택권은 전보다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부 정책 기조도 이통 3사가 신규 가입자 유치 경쟁을 하면서 통신비를 내리고 보조금을 태우라는 방향"이라며 "올해 정부가 추진해 도입한 전환지원금 역시 한 통신사에서 장기 이용 혜택을 누리는 것보다는 통신사를 비교해 옮겨다니는 선택권을 주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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