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의 한 호텔에서 20대 4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남성들이 금품을 노리고 범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사건 당시 호텔에 도착했을 때 남성들은 여성이 외부에 있다고 둘러대고 경찰의 시선을 피한 뒤 투신했다.
15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숨진 남성들이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성 A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8일 오후 10시30분쯤 텔레그램으로 A씨 지인에게 '돈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남성 중 한명은 이어 A씨의 지인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자 직접 통화를 해 "A씨의 일이 잘못돼 돈이 필요하다"며 600만∼700만원 정도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지인은 '돈이 없다'며 거절했다.
사망한 남성들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결과 범행 전 인터넷으로 '자살', '사람 기절', '백 초크 기절(뒤에서 목조르기)' 등의 단어를 검색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또 남성들이 범행도구인 케이블 타이와 청테이프 등을 준비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범죄를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오전 10시 35분쯤 파주시 야당동의 호텔 21층에서 20대 남성 2명이 건물 밖으로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남성들이 머물던 객실에서 숨진 여성 2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여성들은 케이블 타이로 손과 목이 결박돼 있었고 청테이프로 입이 막혀 있었다. 숨진 여성 중 한명의 가족이 하루 전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이 이 여성의 동선을 추적해 호텔 객실까지 와 호텔 CCTV를 확인하는 사이 남성 2명이 추락사했다.
현장인 객실 안에선 흉기(과도) 2점과 소주병도 발견됐다. 흉기는 레지던스형인 이 호텔 객실에 원래 배치된 것으로 주방 선반과 침대 옆에서 하나씩 나왔다.
피해 여성 중 한 명의 팔에선 약 3㎝ 깊이, 길이 9㎝ 정도의 베인 상처가 발견됐다. 상처 인근에서 혈흔이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사후에 생긴 상처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시신 유기 등을 도모했을수도 있다고 보고 국과수 감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숨진 여성들에게선 마약 등 약물 사용이나 성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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