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것은 의정 갈등을 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이후 진전이 없다. 면담 직후 박 위원장이 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 없다’는 글을 올리면서 스스로 대화의 문을 닫아버렸다.
문제는 의료계다. 단일 대화 창구는커녕 집안 싸움 하느라 바쁘다. 개원의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신임 당선인과 비상대책위원회가 불협화음을 내다가 최근에야 겨우 봉합했다. 사제지간인 대학교수와 전공의들도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주말 박 위원장이 SNS에 올린 ‘의대 교수들이 착취 사슬의 관리자’라는 글이 발단이었다. 제자들이 불이익을 당하면 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던 대학교수 사회에선 “배신당했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전공의의 열악한 근무 환경, 전공의와 대학교수 간 도제식 관계 등의 문제점은 늘 지적돼온 사안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자신의 권익만 따질 일도 아니다. 수련의인 전공의는 우리나라에서만 밤잠 못 자고 혹사당하는 게 아니다. 24시간 비상대기하며 응급환자의 목숨을 구하는 전공의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실전 경험이 곧 수련 과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도 이런 불합리를 줄이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의료 개혁 이슈는 의대 정원 확대뿐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지역의사법안, 공공의대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역의대 신설은 여야 모두가 내세운 총선 공약이었다. 의사들이 또다시 환자를 버리고 거리로 나설 공산이 큰 사안이다. 의료개혁에서만큼은 여야의 공통분모가 크다. 윤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만나 하루빨리 돌파구를 찾기 바란다.
환자를 볼모로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깨는 데 여야가 힘을 모으면 추진동력은 배가될 것이다. 환자들의 고통을 마냥 방치해둘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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