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도 예측에서 벗어났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이 반비례한다는 필립스 곡선이 들어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미국의 전년 동기 대비 물가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말 이후 3%대로 내려왔다. 그럼에도 이 기간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3%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한 통념도 통하지 않았다. 그동안 장기 국채 금리가 단기 국채 금리보다 낮아지면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 1977년 이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2년 만기 금리보다 낮아진 게 7회였는데 이 중 다섯 차례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하지만 2022년 4월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난 뒤 현재까지 미국에서 침체 기미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시간당 생산량으로 측정하는 미국 노동생산성지수는 2022년 2분기 108.3에서 지난해 4분기 112.1로 뛰어올랐다. 기준점인 2017년 노동생산성을 100으로 잡고 측정한 수치다. 1년 전과 비교한 분기별 생산성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2%대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세 분기 동안 생산성 상승률이 팬데믹 이전 10년간 생산성 평균 상승률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 증가로 생산성이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자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들조차 혀를 내두른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는 “놀랍도록 좋은 이 추세가 이어지면 지속적인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황금경로(golden path)’로 들어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반짝 호황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팬데믹 직후 닥친 공급망 위기가 해소되면서 생산성이 잠시 올라간 것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팬데믹 당시 미국 정부의 ‘돈 풀기’로 쌓인 소비자들의 초과 저축이 고갈되면 소비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필라델피아연방은행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미국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3.4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치솟는 오피스 공실률도 불안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에선 미국 경제가 계속 뜨거울 것이란 점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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