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가 국민영화 반열에 오를 때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2편은 풍전등화 신세였다. 코로나 한복판에서 촬영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영화관이 사실상 문을 닫으면서 개봉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1편이 688만 명을 끌어모았는데도 투자자들은 잔뜩 얼어붙었다. 이때 콘텐츠 정책금융이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콘텐츠당국의 가치평가 연계 펀드와 문화산업완성보증 제도를 통해 필요한 제작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콘텐츠산업에는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대박이 나면 좋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야 해서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은 이런 불안감을 2018년 신용보증기금과 손잡으며 해결했다. 콘진원이 우수하다고 판단한 콘텐츠에 신보가 보증해주면 금융회사들이 보증서를 믿고 대출해주는 구조다.
콘진원과 신보는 비출연업무협약을 통해 2018년부터 1000억원 규모의 ‘콘텐츠특화보증’ 상품을 출시했고, 기업은행과 CJ ENM이 특별출연하며 특화보증이 가능한 재원 운용 규모를 1450억원까지 키웠다. 이런 시스템으로 영화계에 흘러갈 수 있는 자금이 더욱 늘어났다. 콘진원이 금융사들을 ‘투자의 방’으로 안내한 것이다.
콘진원은 콘텐츠 생산 기업들의 보증 수수료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신한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재원을 마련했다. 콘진원과 신한은행의 협력으로 콘텐츠 분야 중소기업은 보증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콘진원과 금융권의 협업은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금융업계의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경우 올해 최고 흥행작인 ‘파묘’에 10억원 정도를 투자해 100% 넘는 투자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셋증권이 실감형 콘텐츠 기업 닷밀에, 하나증권은 콘텐츠 제작사 씨제스스튜디오에 투자하는 등 증권사의 콘텐츠 분야 비상장사 투자도 눈에 띈다.
콘진원은 올해 시중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산업과 금융권 사이에 투자와 융자 성공 사례를 지속 창출하고 유망 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콘텐츠 기업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게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콘진원은 내부 혁신과제 중 하나로 ‘제작 지원 연계 보증’을 실시했고, 한정적인 정부 자금을 확대하기 위해 민간 26개 투자사와 ‘가치평가투자협의체’를 구성해 민간금융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조현래 콘진원장은 “콘텐츠 기업들은 아직 금융에 대한 접근성이 다소 낮은 편”이라며 “콘텐츠 우수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이를 금융사에 추천해 투자를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조직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i9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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