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이하 치폴레)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2006년 뉴욕증시 상장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주가 상승률은 65.44%로 S&P500지수(21.93%)보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치폴레는 유기농 원료와 프리미엄 전략으로 소비자 충성도를 높였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임금 인상 영향으로 메뉴 가격을 2년 새 네 차례 올렸음에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치폴레가 북미지역 외 해외시장 확대와 디지털 서비스 도입 등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식 분할 소식에 주가 8%↑
치폴레는 지난달 19일 이사회가 보통주 1 대 50 분할 계획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주가는 장중 8.09% 급등하며 3023.98달러(약 421만원)를 찍었다. 이는 역대 최고가다. 주식을 분할하면 주당 가격이 낮아져 투자자 접근성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잭 하퉁 치폴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치폴레 30년 역사상 최초로 주식 분할을 한다”며 “직원은 물론 더 광범위한 투자자가 우리 주식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 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주당 가격이 내려가 투자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주들이 오는 6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식 분할 계획을 승인하면 15일 현재 2936.63달러(약 409만원)인 주가는 주당 59달러(약 8만1800원)에 거래될 전망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치폴레가 보통주 분할로 확보한 자금을 재투자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치폴레 매출은 전년 대비 14.3%, 주당순이익은 38.4% 늘었다. 동일 매장 매출(12개월 이상 영업한 매장의 매출을 전년 동기와 비교한 수치)은 같은 기간 7.9% 증가했다.
분기별 실적도 좋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14.4%로 전년 동기보다 1.2%포인트 올랐다. 치폴레는 “4분기 121개에 달하는 신규 매장을 개점한 덕분에 매출 증진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문을 연 신규 매장 271곳 중 44%가 4분기 문을 열었다.
브라이언 니콜 치폴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추후 북미지역에서 7000개 넘는 매장을 운영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현재 치폴레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34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 지역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까지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디지털 전략으로 성장세 이어갈까
치폴레는 드라이브스루(DT) 매장을 확대하고, 로봇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전략을 채택해 영업이익률을 높인다는 전략도 내놨다. DT 서비스인 ‘치폴레인’을 신규 개점한 매장 중 약 87%에 도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치폴레인을 도입한 가맹점은 일반 가맹점 대비 매출이 평균 15% 높다. 또한 매장에 온라인 전용 픽업대를 마련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이는 2019년 20.5%였던 가맹점 영업이익률을 지난해 기준 26.2%까지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5년 연속 영업이익률이 높아지며 경쟁 업체인 타코벨(23.6%)을 제치고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치폴레 목표주가를 2800달러에서 32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주요 매출 지표인 동일 매장 매출 증가율이 올해 7%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가 올초 제시한 3~4%를 크게 웃돈다.
다만 시장에선 치폴레 주가가 실적 대비 고평가됐다는 의견도 있다. 치폴레 주가수익비율(PER)은 66.88배로 성장성이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발표될 예정인 올해 1분기 실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