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도 “이스라엘은 이란에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는 수준의 보복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매체도 “이스라엘 정부가 요르단,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분쟁에 휘말리지 않게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낮은 수위의 대응을 선택한 것은 국내외 정치적인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해외 전선을 확대하면 국내에서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분쟁부터 해결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격으로 3만3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도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미국 도움 없이 중동 국가들의 영공을 통과해 이란을 공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숨 고르기를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수니파 친미 국가들의 신뢰를 얻어 ‘반(反)이란 연합’ 형성을 노리고 있다.
우디 소머 뉴욕시립대 정치학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1991년 걸프전 사례를 거론했다. 당시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반격했다면 사우디와 이집트 등이 연합군에서 이탈해 미군이 곤경에 빠졌을 것이란 지적이다. 소머 교수는 “이스라엘은 인내심을 발휘해 훨씬 더 큰 국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외신은 이란 안팎의 무장세력과 군사 시설에 대한 군사적 공격, 사이버 공격, 테러 작전 등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스파이 작전과 비정규군을 활용해 시리아와 레바논 등 제3국의 이란 자산과 드론 공장 등을 공격하거나 중요 인물을 암살하는 등 ‘그림자 전쟁’의 강도를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주변국과 동맹국을 안심시킨 뒤 기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스라엘은 1981년 요르단과 사우디를 속이고 영공을 통과해 이라크 오시라크 원전을 공습, 폭파했다. 이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고,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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