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인공지능(AI) 기술력과 차별화된 제품력, 디자인을 앞세워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빌트인 사업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습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사진)은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4’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류 본부장은 “유럽 매출이 올해 지금까지 작년 대비 최소 2~3배 정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 진행되는 걸로 보면 (빌트인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글로벌 빌트인 시장 매출은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류 본부장은 “빌트인 같은 B2B 사업은 B2C 사업과 달리 진입 장벽이 높아 실적을 내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며 "이 시장에 안착하게 되면 안정적으로 매출과 수익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유럽 빌트인 시장에 진출한 건 2018년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열고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수천원만에 달하는 초프리미엄 가전만 선보였다. LG로고를 없애는 대신 '시그니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유럽 상위 1% 를 겨냥한 고급화 전략을 편 것이다.
올해는 초프리미엄과 함께 보급형 제품까지 동시에 선보이며 투트랙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밀라노디자인위크 내 열리는 유로쿠치나에서도 한쪽엔 수천만원에 이르는 시그니처 키친 제품을, 반대편에선 LG로고를 단 보급형 가전들로 꾸몄다. 류 본부장은 "멀리 보면 프리미엄 고객을 먼저 확보해 제품 경쟁력에 대한 낙수 효과를 보는 게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는 더 빠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에 대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먼저 구축한 다음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쉬운 보급형 가전 수요층까지 흡수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는 이어 “LG가 빌트인 사업에 ‘준비된 플레이어’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빌트인 전시에 집중을 했다”며 “제품 못지않게 중요한 게 유통 개척인데 그동안 몇 년에 걸쳐서 많은 준비를 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리, 스페인,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올해 1000곳 이상에 진입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로는 중국의 하이얼을 꼽았다. 류 본부장은 “중국 기업들이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좋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제일 경계해야 할 1번 경쟁자가 중국 업체들이고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업체가 하이얼”이라고 답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대해선 “전시장을 둘러보니 ‘AI에 많이 집중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파나 CES처럼 종합 가전 쪽의 느낌이 좀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나름대로 컨셉트을 잡아서 잘 준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밀라노=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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