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남매의 엄마이자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으로 잘 살아가는 게 제 아이에게도 롤모델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도 언젠가 직업을 갖고 결혼해 아이를 낳게 될 텐데 그때 ‘옛날에 엄마는 직장을 그만뒀지’라고 생각하게 할 순 없잖아요. 사회에서 계속 인정받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죠.”
김동숙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영업부 팀장(사진)의 말이다. 김 팀장은 올해 3월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GPTW 코리아’에서 선정한 자랑스러운 워킹맘에 선정됐다. 김 팀장이 근무하는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는 ‘2024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0위를 차지한 데 이어 2년 연속 자랑스러운 워킹맘을 배출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직원들이 근무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많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직업적 커리어를 포기하는 ‘경력단절’을 경험한다. 계속 일터를 지킨다 해도 육아 부담 탓에 일과 가정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 팀장은 “멀츠 에스테틱스의 문화는 직원이 자신의 업무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기 위한 데 초점이 맞춰졌고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환경도 이런 분위기에서 탄생했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회사에서 책가방을 선물로 준다”며 “직원의 육아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기업이 아이의 육아에 동참하고 있다는 의미다.
19년 차 베테랑 직장인인 김 팀장은 대학병원 간호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외국계 헬스케어 기업을 거쳐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의학부에 입사한 것은 첫째 딸이 다섯살이었던 2012년이다. 그는 입사 후 2014년부터 둘째·셋째 아이를 연년생으로 출산했다. 3년간의 육아휴직을 거친 뒤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여섯시에 퇴근한 뒤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부지런히 어린이집으로 가도 문 닫는 시간 제일 늦게 도착하기 일쑤였죠. 우리 아이 신발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요. 그걸 보면 마음이 참 아팠죠.”
직장 내 배려와 지원이 아이 키우는 데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는 특정 직무에 사람을 써야 할 땐 내부 직원에게 우선 공고하고 채용한다. 직원들이 회사 안에서 경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김 팀장은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뒤 내부 채용 시스템을 통해 영업부로 직무를 전환했다. 초음파 리프팅기기 울쎄라 영업팀을 이끄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멀츠 에스테틱스의 기업 가치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닌 아름다움의 가치를 창조하는 회사’다. 김 팀장 스스로 ‘뷰티 크리에이터’ 역할을 하면서 에스테틱 산업에 기여하는 여성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
김 팀장은 “직원들 사이에 소속감과 연대감이 강한 따뜻한 조직문화도 큰 도움이 된다”며 “사내 결혼 커플이 많은 데다 출산 후 직장으로 돌아오는 게 당연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직장 선배들이 인생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오전에 늦게 출근하는 대신 퇴근 시간을 늦추거나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유연근무제도 제약 없이 쓸 수 있다. ‘패밀리데이’로 정해진 금요일엔 오후 4시에 조기퇴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차 외에 리프레시휴가, 재택근무 등도 마음 편히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인센티브 트립, 동료 포상제도 등도 채택하고 있다. 그는 “‘진짜 나다운 아름다움’을 통해 자신감을 찾도록 돕는다는 멀츠 에스테틱스의 사명처럼 여성들이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커리어를 지속하도록 돕는다”고 했다. 이런 직장과 직원이 모이는 게 결국 워킹맘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예비 워킹맘 후배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밝힌 김 팀장은 ‘결국 시간은 흐른다’고 조언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도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일이라,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초등학교 저학년만 지나면 조금 수월한 시기가 분명히 옵니다. 아이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는 3월이 워킹맘에겐 제일 힘든 때예요. 이 시기 유연근무 등 배려가 필요하죠. 정부도 일회성으로 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환경과 시스템 등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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