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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들이 이달 초 상장된 '프로셰어즈 울트라 비트코인 ETF'(BITU)를 쓸어담고 있다. 이 종목은 9거래일만에 국내 투자자의 미국 종목 누적 순매수 5위에 올랐다. 비트코인 현물 가격을 추종하면서도 레버리지를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위험 고수익(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비트코인 투자자의 성향에 맞아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개인과 기관 합산,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는 제외)는 이날(주식이 계좌에 입고된 날짜 기준)까지 BITU를 2645만달러(약 36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종목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첫 상장 거래를 했다. 국내 투자자가 미국 종목을 사면 3거래일이 지나야 계좌로 주식이 입고되기 때문에 한국시간 기준으로는 5일부터 순매수액이 집계되기 시작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 종목이 상장되자마자 쓸어담기 시작했다. 한국시간 10일에는 556만달러(약 77억원) 순매수를 기록, 500만달러를 넘겼다. 지난 15일에는 누적 순매수액 2071만달러(약 287억원)로, 500만달러 돌파 3거래일 만에 4배로 불었다. 이날까지 9거래일 동안 BITU 순매수액은 같은 기간 마이크론(9위 1832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10위 1790만달러), 메타(12위 1439만달러) 등 미국 유력 빅테크를 넘어섰다.
BITU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가 쏠리는 건 이 종목이 비트코인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첫 레버리지 ETF이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건 지난 1월이고 그 직후 10개 종목이 상장됐지만 이들은 모두 비트코인 가격을 1배로 추종하는 상품이었다. 임민호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개인 입장에서 현물 ETF는 가상자산을 직접 매수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레버리지 ETF로 수요가 몰린 것"이라고 했다.
비트코인 현물이 아닌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ETF는 레버리지 상품이어도 인기가 시들해졌다. 선물 레버리지 상품인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X)는 이달 5~17일 618만달러(86억원) 순매수를 기록, 미국 종목 순매수 15위에 그쳤다. 순매수액이 지난달 같은 기간(5위 6622만달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투자자들이 선물보다 현물 ETF를 선호하는 이유는 선물 ETF의 운용보수가 높은 것과 관련있다. BITX의 운용보수(연 1.85%)는 BITU(0.95%)의 2배에 달한다. 선물 ETF는 운용에 필요한 인력 수요가 비교적 크기 때문이다.
선물 롤오버(ETF의 기초자산을 근월물에서 차월물로 교체하는 것)에 따르는 수익률 누수 가능성도 투자자들이 선물 ETF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예컨대 ETF가 담고 있는 비트코인 선물이 4월물에서 5월물로 이미 교채됐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경우, 가격 상승 효과는 최근 월물(4월물)에 더 크게 반영되기 때문에 이 ETF 투자자는 가격 상승에 따른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향후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가깝게는 오는 20일께 도래하는 반감기(채굴하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비트코인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가 변수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를 인용해 "이번 반감기 뒤 비트코인 가격은 160% 이상 상승해 개당 15만달러에 다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또 다른 가장자산 거래소인 비트맥스의 창업자 아서 헤이즈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최근 비트코인 단기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에 이번 반감기 때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고 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지난 1월 "동남아시아에서 온라인 사기, 온라인 도박, 마약 거래 등을 하는 범죄 조직이 암호화폐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며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비트코인의 유일한 용도는 은행 규제를 무력화하고, 마약 거래 등 불법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라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을 보도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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