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이 이어지면서 상급종합병원과 공공의료기관 75곳이 591명의 의사를 새롭게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전공의 공백 여파가 큰 의료기관들의 추가 인력 채용에 대한 예산 지원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장기전’ 대비에 나섰다.
17일 보건복지부는 조규홍 장관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의료기관이 추가 채용한 비상진료 신규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 현황 등을 점검했다. 지난 3월 비상진료대책 시행을 위해 1285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하면서 핵심 과제로 제시한 대체인력 채용의 후속 조치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상급종합병원 38곳(전체 47곳 중 80.9%)과 공공의료기관 37곳 등 총 75개 의료기관이 의사 591명과 간호사 878명을 새로 채용했다. 19일 이들 기관에 대해 인건비 예산을 교부할 방침이다.
정부는 예비비를 편성하면서 의사 채용 목표치를 900명으로 잡았지만 그간 신규 인력 채용은 지지부진했다. 전공의 부재 상황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형 병원들이 대체 인력 채용을 주저하고, 그나마 채용 공고를 낸 자리에도 신청자가 적었던 탓이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 3월 한시적으로 의료법 규제를 풀어 개원의가 상급종합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16일엔 시니어·퇴직 의사를 필수·지역의료나 공공의료기관에서 계속 고용하는 것을 돕는 지원센터를 개소하며 대체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591명의 의사 채용은 당초 목표엔 미치지 못했지만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줄어줄 인력 수급이 시작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이날 복지부는 향후 지원 대상을 전공의 수가 많은 종합병원급까지 확대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료계 내에선 비상진료체계 가동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이 고난이도·중증 수술 중심으로 축소되면서 전문의 채용 등 대체인력 확보가 본격화할 경우 전공의 없이도 진료 체계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재정이다. 현재 수도권 5대 병원을 비롯해 전공의가 많은 대형 수련병원 대부분은 하루에만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는 등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 집단사직이 시작된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40일간 의료 분야에서 511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그나마 5대 병원은 재정 여력이 있지만 평소에도 적자 상태였던 한양대 병원, 경희대 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들의 재정 상황은 그보다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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