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아버지 “아들에 책을 읽으라 한 적 없다, 그저 겸손했으면”

입력 2024-04-17 18:13   수정 2024-04-17 18:22



“책의 힘이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축구 선수 손흥민 아버지로 유명한 손웅정 씨는 17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출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강대국의 조건 중 하나로 독서력을 넣고 싶다”며 “미래를 여는 열쇠는 책에 있다”고 했다. 책에는 “저는 책을 읽기 전보다 책을 읽은 후에 조금은 나아진 사람이 된 것도 같다고 감히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썼다.

손 씨는 지난해 3월 한국에 돌아올 때 독서 노트 여섯 권을 챙겨왔다. 2010년부터 써왔지만 아들 손 선수를 비롯한 가족 누구에게도 보인 적이 없었다. 난다 출판사 대표인 김민정 시인이 이 노트를 보게 되면서 책 출간으로 이어지게 됐다. 책은 난다 출판부 편집부와 손 씨가 1년 동안 나눈 대화를 질문과 답의 형식으로 엮었다.



중학교 때부터 제대로 수업에 집중하지 않아 스스로를 ‘국졸’(국민학교 졸업)이라고 말하는 그는 학창 시절 말썽꾸러기였고, 공부를 싫어했다고 한다. 자신을 틀에 집어넣으려는 학교 교육에 대한 반감도 한 이유였다. 하지만 책은 좋았다고 했다. "그때도 공부의 기본은 독서라 생각했어요.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려면 독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그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세 번 이상 읽었다. 처음엔 검정, 그다음에 파랑, 빨강 볼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읽고 노트에 기록했다. 그리곤 망설임 없이 책을 버렸다. “저는 청소하면 물건은 물론이고 물건을 들어 바닥까지 닦는 스타일이에요. 책을 두면 그 먼지는 다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또 책을 읽었다고 자랑하는 것 같아 싫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 읽으라는 소리도 안 했다.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필요하면 알아서 책을 읽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신 “아주 중요한 것들은, 독서 노트에 썼던 내용을 책에 표시해 머리맡에 놔두곤 했다”고 했다.

최근 국가대표팀에서 힘든 일을 겪은 손 선수에게 무슨 책을 추천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책보다는 딱 한 단어, 겸손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손 선수가 ‘월클’(월드 클래스)이냐는 질문엔 “아니다”며 “월클은 공도 잘 차야 하지만 인품도 훌륭해야 한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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