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절반 "가상자산 투자 허용되면 매수할 것"

입력 2024-04-18 18:33   수정 2024-04-19 02:29


18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은행·증권·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CEO들은 대체로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을 묻는 말에 ‘투기 수단’이라고 답한 CEO는 단 1명에 불과했다. 현재 금지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상장,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등에 대해서도 “허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비트코인=디지털 금”

가상자산의 성격이 무엇인지는 오랜 논쟁거리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CEO 15명 중 6명은 ‘가치저장 수단(디지털 금)’이라고 답했다. A운용사 사장은 “미국 달러는 매년 2%씩 가치가 떨어지고 있고, 다른 국가의 통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절하된다”며 “비트코인은 절대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치 상실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답했다. 가상자산이 ‘교환매개 수단(화폐)’이라고 답한 사람은 1명, ‘투기 수단’이라고 답한 사람도 1명에 그쳤다.

금융당국이 거래를 금지한 ‘미국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선 CEO 15명 중 14명이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비트코인에 대한 법적 해석을 명확히 하고 세제 등 기본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B시중은행장은 “투자자의 투자 선택권 확대, 현물 비트코인 상품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충분한 검토 후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처럼 국내에도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데는 CEO 15명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C운용사 사장은 “국내에도 ETF 상장을 허용해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활성화하고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 투기판으로 방치된 韓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해야 하는지’ 묻는 말에는 ‘매우 그렇다’(1명)와 ‘그렇다’(7명) 등이 과반을 차지했다. D증권사 사장은 “되도록 이른 시일 내 허용해야 국제 경쟁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처럼 투명성과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검증된 일부 자산에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전문성 있는 법인의 투자가 금지돼 있다 보니 ‘개인 투기판’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렇다 보니 가격 변동성이 큰 이른바 ‘잡코인’에 투자가 쏠리는 모습이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서는 웨이브, 온톨로지가스 등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상당하다. 웨이브는 세계 거래량의 56%가 업비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면 투자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말에는 절반가량인 7명이 “투자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0~1%(3명) △1~5%(3명) △5% 이상(1명)을 가상자산으로 채우겠다는 답변이 나왔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11일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선 뒤 이달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형교/조미현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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