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주식에 투자하는 미국 가구의 비율은 2022년 말 기준 약 5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 53%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미국에선 요즘 배당주를 중심으로 월세처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암호화폐나 주식 단기투자로 일확천금을 번 뒤 퇴사하는 ‘파이어족’이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최근엔 배당투자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 보조를 위해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배당주 투자로 월세처럼 돈을 받을 수 있는 배경은 우선 상장기업의 높은 배당성향(배당액/순이익)에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미국 S&P500 상장사들의 배당 성향은 39%로 한국 유가증권시장(22%)에 비해 크게 높았다.
분기 배당 정책도 포트폴리오 설계에 유리하다. S&P500 상장사의 약 80%는 3개월 단위로 1년에 네 번 배당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1·4·7·10월에 배당하는 기업, 3·6·9·12월에 배당하는 기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면 거의 매달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받은 배당금으로 다시 주식을 매입해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미국에선 이런 배당투자자를 위한 ‘배당계급 표’도 마련돼 있다. 50년 이상 꾸준히 배당한 기업인 ‘배당 킹’에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코카콜라를 비롯해 3M, 존슨앤드존슨, P&G 등이 있다. 25년 이상 배당한 ‘배당 귀족’은 AT&T, 엑슨모빌, 시스코 등이다. 10년 이상 배당한 ‘배당 챔피언’으로는 스타벅스, 베스트바이, 프랭클린리소스 등이 꼽힌다. 이런 종목을 모은 ‘슈와브US디비던드 에쿼티(SCHD)’ ‘JP모간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JEPI)’ 등 상장지수펀드(ETF)도 재테크 투자자 사이에서 유명하다.
반면 낮은 배당으로 인해 우리나라 상장사는 장기 보유할 유인책이 낮다. 미국처럼 오랜 기간 꾸준한 배당을 유지하는 기업도 드물다. 배당 유인이 없으니 국내 개인투자자는 단타에 더욱 매달린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배당 매력이 떨어지면 개인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주식시장이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고 결국 코리아디스카운트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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