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금융자산의 절반인 2400조원을 현금·예금으로 굴린다. 반면 주식·펀드 비중은 20%에 불과했다. 미국과 확연히 대조된다. 미국인은 금융자산 가운데 절반을 주식·펀드에 묻어둔다. 현금·예금 비중은 15% 수준이다. 한국인은 금융자산 절반을 금고에 묻어두면서 매년 수십조원의 기회손실에 직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경제통계(FRED)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가계 금융자산에서 현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4.9%(16조9750억달러) 수준이다. 주식·펀드 비중은 49.1%(55조7064억달러)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보험·채권 등이었다. 한국과는 완전히 상반된 포트폴리오다. 한국 가계는 전체 금융자산(5233조5128억원) 가운데 현금·예금(2424조5802억원)이 46.3%에 달했다. 주식·펀드(1141조3619억원) 비중은 21.8%에 불과했다.
한국인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미국인처럼 조정하려면, 현금·예금의 절반가량이 주식·펀드로 이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추가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추정됐다. 최근 10년 동안의 한국의 증시 수익률(5%·배당금 포함)을 고려하면 가구(4인 가족 기준)당 300만원씩 추가 이익이 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가계 자산을 불리기 위해 금고에 몰린 돈의 물꼬를 주식시장으로 돌려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가계 여윳돈의 이동→증시 활기→가계 자산 증식, 기업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도 “주식시장이 활기가 돌면 젊은이들의 자산 증식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저출산을 비롯한 국가적 고질병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의 여윳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열쇠라는 평가도 많다. 이날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2558조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가계 여윳돈 2400조원이 증시로 흘러들면 코스피지수는 5000선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5배(유가증권 0.95배, 코스닥 1.96배)로 집계됐다. 선진국(3.1배)은 물론 신흥국(1.61배)과 비교해도 낮다. 가계 여윳돈이 유입되면 그만큼 한국 증시의 저평가가 해소될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 여윳돈의 증시 유입으로 경제 선순환 구조가 정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상장(IPO)·유상증자 등의 활기가 돌면 기업도 비교적 원활하게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정부도 이 같은 계산에 따라 주주 친화책을 북돋는 ‘밸류업’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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