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8일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 개정안의 핵심은 쌀과 채소, 과일 등 주요 작물에 재정 투입을 확대해 농가 소득을 보전하는 것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무조건 일정 수입(소득)을 보장해 주는 가격 보장제 방식을 택하고 있어 특정 품목의 과잉 생산과 정부 재정 낭비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야당은 이번 개정안은 구체적인 수치를 빼고 위원회를 신설해 기준가격을 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양보했다는 입장이다. 정부 의견은 다르다. 구체적인 수치만 빠졌을 뿐 남는 쌀을 의무 매입하도록 한 것은 같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인이 쌀 생산을 유지할 강력한 동기가 부여돼 공급 과잉 구조가 심화할 것”이라며 “수입에 의존하는 밀, 콩 등의 생산 확대를 위한 작물 전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기준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4㎏으로, 30년 전에 비해 반 토막 난 상황에서 쌀의 공급 과잉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15명 이내로 구성하는 양곡수급관리위에 당연직 공무원과 유통·소비자단체 대표뿐 아니라 5인 이상 생산자단체 대표를 포함하도록 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노사정 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기준가격이 고무줄처럼 매년 달라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보전액 추정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집권 여당이 바뀔 때마다 기준가격이 달라지거나 농민의 입김이 세지는 선거 시기엔 의도적으로 높은 기준가격이 결정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양곡법 통과 땐 연평균 1조443억원의 비용 추산이라도 가능했지만 이번 양곡법 개정안은 이런 추정마저 불가능하다”며 “이번 개정안은 기존에 비해 개악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영농 편의성과 보장 수준이 높은 품목으로 생산 쏠림이 발생해 과잉 생산을 유발하면서 정부 재정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양곡법처럼 농안법의 기준가격이 매년 달라질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생산 왜곡을 초래하는 가격보장 대신 쌀에서 콩 옥수수로 전환하는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한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공익직불제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도 쌀 과잉 생산을 막겠다며 기존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공익직불제를 도입했다.
정부는 본회의 전까지 야당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상용/강경민/이광식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