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문자만 된다고?"…맥주회사, '복고폰' 만든 반전 이유

입력 2024-04-19 00:38   수정 2024-04-19 07:23


글로벌 맥주 회사 하이네켄이 복고풍 폴더폰 '보링 폰'(Boring Phone)을 한정판으로 선보인다.

16일(현지시간) IT전문 매체 더 버지 등은 하이네켄과 핀란드 전자 기업 'HMD'가 오는 18일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합작으로 만든 '보링 폰'을 공개한다고 보도했다.

해당 폴더폰은 반투명으로 디자인돼 주요 기능은 통화와 문자메시지가 전부다. 그마저도 통화는 일주일 동안 최대 20시간만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내부에 2.8인치 QVGA 디스플레이, 외부에는 1.77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췄고 3.5㎜ 헤드폰 잭을 탑재했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일반 스마트폰처럼 인터넷 기능이 불가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앱에 접속할 수도 없다. 카메라 역시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수천만~수억 화소 수준인 것에 반해 30만 화소 카메라 단 하나뿐이다. 다만 과거 HMD의 노키아폰에서 즐길 수 있었던 추억의 게임 '스네이크'(Snake)가 실행할 수 있다.

하이네켄과 HMD가 휴대폰에 '보링'(Boring·지루한)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도 이처럼 단출한 기능만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이 전화기를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특히 맥주회사인 하이네켄이 휴대폰을 만들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나빌 나세르 하이네켄 대표는 "끊임없이 윙윙거리는 소리와 소음으로 방해받지 않고 맥주를 마시면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술과 단절되고 싶어 하는 젊은 층을 위해 이 휴대폰을 제작했다는 것.

실제로 하이네켄이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영국과 미국 전역의 질레니얼 세대(밀레니얼과 Z세대 경계에 태어난 사람·통상 1993년에서 1998년에 태어난 사람을 뜻함) 4000명 중 90%가 친구 및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에 휴대폰 스크롤을 내리는 습관을 갖고 있으며, 매일 밤 평균 7번씩 휴대폰을 들여다본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러한 습관에도 불구하고 설문에 응한 질레니얼 세대 5명 중 1명(22%)은 친구나 가족과 모여있을 때 휴대폰을 끄거나 놔둔다고 밝혔고, 5명 중 2명(38%)은 그렇게 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투명 케이스와 홀로그램 스티커로 장식된 휴대폰 디자인 역시 복고 트렌드를 선호하는 Z세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보링폰은 5000대 한정판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는 없으며, 영국 내 SNS 경품 행사를 통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다. 올해 말에는 다른 국가에서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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