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후인 2120년 일본 인구가 에도시대(17~19세기) 수준으로 줄어들고, 도시 중에선 도쿄와 후쿠오카만 번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모리 토모야 일본 교토대 경제연구소 교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100년 후 일본의 도시 모습을 예측했다. 모리 교수는 우선 100년 후 일본에서 인구 10만 명 이상 도시 수가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전체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일본 인구가 에도시대와 같은 3000만 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모리 교수는 전망했다. 현재 일본 인구는 1억2000만명 수준인데, 4분의 1로 축소되는 셈이다. 그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인구전략회의에서 8000만명으로 막자고 여러 제안을 하고 있지만, 지금 같은 감소 속도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많은 지방 도시가 사라지고, 대도시 중 인구 점유율이 증가하는 곳은 도쿄와 후쿠오카뿐이라는 게 모리 교수의 예측이다. 도쿄는 일본의 수도지만, 후쿠오카는 의외라는 질문에 모리 교수는 “후쿠오카의 장점은 도쿄와 거리상 장벽이 있다는 점, 경제권이 되는 배후지가 넓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후쿠오카가 규슈 전역으로 가는 환승 지점이라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본의 2대 도시인 오사카는 쇠퇴할 것으로 예측했다. 모리 교수는 “오사카는 후쿠오카와 달리 인구 규모에 비해 도쿄에 너무 가까운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1992년 신칸센 초고속 ‘노조미’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도쿄와 오사카 간 이동 시간이 단숨에 단축됐을 때부터 오사카의 쇠퇴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이보다 빠른 ‘리니어 중앙 신칸센’이 개통하면 오사카의 쇠퇴는 더욱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리 교수는 “오사카는 도쿄의 복제품 같은 도시가 됐다”며 “인구가 감소하고 교통·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도쿄와 거리 장벽이 사라지면 비슷한 대도시가 두 개나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 내부에서는 특정 지역에 인구가 몰리는 것이 아니라 분산돼 사는 ‘평탄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교통과 통신 비용 감소로 도시 내부에서 지금처럼 밀집해서 살 필요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도쿄나 후쿠오카가 인구 점유율을 늘려도 인구 수는 줄어든다”며 “도심에 타워맨션 등은 필요 없어지고, 도시 전체에 저층 주거지가 퍼져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인구 감소 사회에서 오히려 주목할 것은 도시 외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 외 지역은 사람은 줄어들지만, 자연 자원이 풍부하다”며 “기술을 활용해 적은 인원으로도 농업, 임업, 어업 등 1차 산업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광업 등 3차 산업도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인구를 이동시키자는 논의는 무리라는 게 모리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특히 청년들의 이주를 촉진하자는 제안이 중심인데, 무리”라며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전제로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방에 사람이 줄어도 자연 자원을 활용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모리 교수는 이민도 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이민이 인구 감소를 모두 상쇄할 수는 없다”며 “인구 감소라는 현실을 직시한 상태에서 사회의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나쁜 것인지, 도시가 쇠퇴해도 도시 외 지역에서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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