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금리·물가·환율) 시대 소비 위축 속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기업들은 되레 웃었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지난해 먹고 입고 바르는 상품에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따지면서다.
그 영향으로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 저가 외식 프랜차이즈 더본코리아는 매출 신기록을 썼다. 제조·직매형 의류(SPA) 역시 매출이 성장하는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성비 트렌드의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새마을식당', '빽다방' 등 다양한 저가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4000억원을 넘어 최대 매출을 올렸다.
더본코리아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45.5% 뛴 410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0.7% 감소한 256억원으로 제자리걸음했으나 순이익은 31% 개선된 209억원으로 집계됐다. 다양한 요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에게 얼굴을 알린 백종원 대표(사진)가 최대주주인 더본코리아는 '한신포차', '역전우동', '연돈볼카츠' 등 저렴한 먹거리를 내세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주력 사업이다.
저가 커피 전문점들도 성장세가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축구선수 손흥민과 걸그룹 있지(ITZY)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메가커피의 경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1년 사이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메가커피 운영사 앤하우스의 지난해 매출은 3684억원으로 전년보다 111% 급증했고, 영업이익 역시 124% 뛴 694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얼굴을 맡은 컴포즈커피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매출은 20.5% 증가한 889억원, 영업이익은 47% 뛴 367억원을 기록했다.
패션업계에서는 가성비가 높은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가 불황기 소비자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우선 국내 SPA 브랜드가 줄줄이 지난해 매출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기업 신성통상의 탑텐은 지난해 매출이 15.4% 늘어난 90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국내 단일 패션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 고지를 넘는 게 목표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스파오 역시 지난해 매출이 20% 뛴 4800억원을 거뒀다. 울해 목표 매출로는 6000억원을 제시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에잇세컨즈 역시 두 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은 에잇세컨즈 매출이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패션 부문 전체 매출증가율(2.5%)의 네 배가 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에잇세컨즈 매출을 3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해외 SPA 중에서는 '노(No)재팬' 불매운동 영향권에서 벗어난 유니클로의 실적 반등이 돋보인다. 유니클로 국내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는 2022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 매출이 2021회계연도보다 30.9% 증가한 9219억원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2023회계연도 매출 1조원 회복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지난해 유통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의 약진이다. 다이소 운영사인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3조4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샐러리맨 출신인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이 키운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일본 측 지분을 청산하면서 한국 기업이 됐다.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17.5%, 9.4% 증가한 3조4605억원, 2617억원을 거뒀다. 순이익도 26.9% 뛴 2505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실속형 소비 트렌드가 화장품 업계로 퍼지면서 다이소에서 줄줄이 흥행작이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다이소의 화장품 매출은 전년보다 85% 불어났다. 불황으로 과시형 소비가 아닌 가성비를 따지는 실속형 소비 트렌드가 화장품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MZ(밀레니얼+Z)세대에게 새로운 화장품 구입처로 입지를 굳힌 결과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문점 영역에서 지난해 다이소 등 저가 채널의 성장이 폭발적이었다"며 "다이소는 대표적인 초저가 채널로 물가 상승 구간부터 높은 신장률을 기록 중"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소비 위축이 이어지며 소비자의 가성비 선호 현상이 강화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부진할 때 가성비·불황형 소비와 관련 있는 기업은 역으로 반사이익을 누린다"며 "가성비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경기둔화 시기에 실적이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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