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9일 18: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3년 전 매각했던 유압회사 모트롤 재인수를 위해 매각 측과 협상에 나섰다. 기계 사업 시너지를 위해 지주사 두산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인수 주체로 내세웠다. 두산은 그룹과 낼 수 있는 시너지가 크다고 보고 매각 당시 이 회사를 향후 다시 되사올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었다. 매각 측도 수년간 경영 노하우가 축적된 두산을 유일한 원매자로 점찍고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소시어스PE-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보유한 모트롤 지분 전량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날 해명공시를 통해 "모트롤 인수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작년 12월 인적분할됐는데 방산부문(MNC솔루션)이 존속법인으로 남고 유압부문(모트롤)이 신설됐다. 두산밥캣은 이중 신설법인인 모트롤만 사오는 안을 검토 중이다. MNC솔루션은 연말 기업공개(IPO)에 나서기로 했다.
분할 전 회사는 2022년 매출 5186억원, 영업이익 176억원을 냈다. 인수 첫 해인 2021년보다 실적이 다소 후퇴했다. 2021년엔 매출 6090억원, 영업이익 455억원을 기록했다. 분할이 완료된 작년엔 존속법인인 MNC솔루션의 경우 매출이 1809억원, 영업이익이 215억원이었다. 분할 전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 중 80% 가량을 차지해왔던 유압부문(모트롤) 실적은 매출 208억원, 영업손실 6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두산은 이 회사를 3년 전 사모펀드(PEF) 컨소시엄에 팔았다. 당시 소시어스PE-웰투시인베 컨소가 지분 100%를 4340억원에 인수했다. 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이었다. 두산그룹은 과거 부실 자회사 두산건설에 무리한 지원에 나섰다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결국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갔고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2020년부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클럽모우CC와 두산타워 등 보유 부동산을 팔았고 두산솔루스와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도 매각했다. 모트롤(당시 무산모트롤BG)도 이때 매각된 자산이다. 이번에 인수해오면 그룹 입장에선 3년 만의 재인수다.
두산은 모트롤을 매각할 당시부터 이 회사를 다시 사올 의지가 있었다. 지주사 두산은 당시 2021년 컨소시엄의 PEF에 후순위 출자를 단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출자로 공정가치에 기반해 향후 되사올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는 우선매수권과는 무관하다. 펀드 출자 지분을 다른 쪽에 넘기면서 이 권리는 사라진 상태로 파악됐다.
권리는 사라졌지만 매각 측도 두산밥캣을 모트롤의 유일한 원매자로 점찍고 일찍이 협상에 나서왔다. 3년 전까지 회사를 운영해와 경영 노하우가 축적돼있는데다 인수 시너지도 기대할 만하다는 점에서다. 두산밥캣의 건설·산업기계용 부품은 굴착기나 크롤라 크레인 등 중장비에 적용되는데 모트롤의 유압 제품을 여기에 활용해 사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안정적으로 부품을 자체 조달해 수익성도 개선 가능하다. 두산밥캣은 그룹 3대분야(에너지, 기계·자동화, 반도체·소재) 중 기계를 담당하는 주력 자회사다. 매출이 그룹 전체의 51%에 달할 정도다.
이번 재인수는 유동성 위기 극복 후 본격적인 그룹 재건의 일환이란 평가다. 2020년 292%에 달했던 지주사 두산의 부채비율은 작년 152.4%까지 떨어졌다. 순차입금도 같은 기간 8조8217억원에서 작년 3조2318억원으로 감소했다. 작년을 기점으로 순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 5812억원 순손실을 냈다가 작년 2721억원을 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실적이 정상 궤도에 오른 덕분이다. 사실상 그룹 전반에 걸친 재무적인 위기에선 벗어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산그룹과 소시어스 간 오랜 인연도 눈에 띈다. 소시어스의 이병국 대표는 산업은행 M&A실 출신으로 재직 시절 두산그룹과 여러 차례 M&A 거래를 해온 이력이 있다.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각각 2001년, 2005년에 두산그룹에 매각했다. 2006년 소시어스로 합류한 후에도 두산그룹이 2008년 모트롤(당시 동명모트롤)을 인수할 때 인수 자문사로 활약했다. 인수전에 최종 참여하진 않았지만 그 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문 역할도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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