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유아인 없이 공개된 '종말의 바보'…"부끄럽지 않다" [종합]

입력 2024-04-19 14:10   수정 2024-04-19 14:10



'종말의 바보' 김진민 감독과 출연진이 공개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김 감독은 1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 호텔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말의 바보' 제작발표회에서 ""그래도 '하겠지', '하겠지' 했는데 '안하네', '안하네' 하고 시간이 갔다"며 "한동안 잊어버렸다가 다시 한다고 해서 놀라기도 하고, 반가웠다"면서 오랜 공백 끝에 작품을 내놓게 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며 "이 작품의 주인은 모든 배우, 스태프, 시청자들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소행성 충돌을 믿는 사람들과 불신하는 사람들의 갈등, 범죄자들의 탈옥, 사이비들의 선동, 폭주하는 안전지대로의 이민 요청 등 혼란에 빠진 세상에서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종말의 바보' 연출은 넷플릭스 '인간수업', '마이네임'으로 섬세한 감각을 인정받은 김진민 감독이 맡고, JTBC '밀회', SBS '풍문으로 들었소' 정성주 작가가 각본을 담당했다.

'종말의 바보'는 본래 지난해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주연 배우였던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지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오는 26일 공개되게 됐다. 유아인의 혐의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종말의 바보'가 공개돼 주인공 없이 프로모션이 진행되게 됐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이 공개되지 않을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이 작품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이상할 거 같았다. 그만큼 충분히 열심히 만들었다"고 시청을 당부했다.

또 "편집을 3부 정도 했을 때 그 이슈가 불거졌다"며 "그 와중에 넷플릭스 프로듀서에게 '편집을 다시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려던 참이었다. 넷플릭스는 편집을 마친 후엔 연출자가 더는 손대지 못하게 하는데, 앞부분을 손보고 싶었는데, 핑계가 생겼고, 그 김에 편집도 하면서 불편한 부분을 건들고, 분량도 손을 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빼고 가기엔 큰 축이라 다 드러내지 못해 양해 말씀은 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연기자 유아인에 대해선 '내공이 깊은 배우'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아인 씨는 작품을 하기 전에 굉장히 긴 시간 전화로 얘기를 했다"며 "선문답하기도 했고, 아인 씨가 저를 파악하려는 시간도 있었다. 그러면서 '이 배우가 급수가 좀 높구나. 이 배우와 작품을 하려면 나도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작품을 함께하는 분들이 내공이 높은 분들이 있다고 느꼈다"며 "배우의 세계는 내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연출이 배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작품이 배우를 만들고, 감독은 배우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줄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아인 사건으로 1년여의 기다림을 갖게 된 배우들도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라고 공개에 의미를 전했다. 안은진은 "찍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활발하게 단톡방에서 얘길 나누고 있다"며 "이번에 오픈하는 기념으로 회식을 하기로 했다. 언제나 끝까지 함께였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 동안 소소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모임도 가졌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안은진이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지키는 중학교 교사 진세경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천동중학교에서 기술가정교사로 근무했던 ‘진세경’은 소행성 사태가 발생해 학교가 휴교하자 웅천시청의 아동청소년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인물로, 여러 범죄가 아이들을 위협하자 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안은진은 "200일은 6개월 조금 넘는 시간인데, 탈출도 못 한다면 어떻게 할까 싶었는데, 얘기를 할수록 '똑같이 일상을 살 거 같다'는 생각이 굳어졌다"며 "다른 사람들과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표현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거 같다'는 얘길 나눴다"고 전했다.

이어 "연기를 하면서도 일상을 보내고, 거기서 희망을 보는 장면을 볼 때 뭉클해졌다"며 "그래서 더더욱 일상을 살아갈 거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도 안은진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진세경 역할로 안은진 배우를 찍었다"며 "그땐 안은진 배우가 지금처럼 뜨기 전이었고, 모두가 알다시피 유아인 배우와 안은진 배우가 소속사가 같은데, 소속사 대표님을 만나서도 '난 유아인이 아닌 안은진을 얘기하러 왔다'고 했다"면서 캐스팅 후일담을 설명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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