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스포츠 도박에서 36년째 돈을 딴 사나이

입력 2024-04-19 17:20   수정 2024-04-20 01:16


올해 77세인 빌리 월터스는 미국의 스포츠 도박사다. 베팅계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린다. 그는 36년 연속 흑자 베팅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다. 순자산은 수억달러에 달한다. 경쟁자들은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그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휴대폰을 해킹했다.

지난해 윌터스가 자기 삶과 베팅 노하우를 담은 자서전 <빌리 월터스 겜블러>를 내놓자 세간의 이목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책이 최근 국내 출간됐다.

책을 쓴 계기는 감옥살이 때문이었다. 그는 2017년 70세의 나이에 5년형을 선고받았다. 주식 내부자 거래로 3200만달러 수익을 얻은 혐의였다. 31개월을 복역한 뒤 2020년 가택연금으로 풀려났다.

월터스는 자수성가의 전형이다. 1946년 켄터키주 먼퍼드빌이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자동차 정비사였던 아버지는 그가 18개월 때 죽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어머니는 가출했다.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 작은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잔디 깎기, 신문 배달 등 온갖 일을 한 그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중고차 판매원이 됐다. 그는 “당구장에서 시작해서 담배밭과 포커판에 이르기까지 내가 쌓은 경험을 생각하면, 나는 이미 영업에 필요한 학위를 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회상했다. 한 달 평균 32대 중고차를 팔고 연간 5만6000달러를 벌었다. 오늘날 약 50만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틈틈이 스포츠 베팅을 하던 그는 1981년 전업 도박사가 됐다. 라스베이거스로 활동지를 옮겼는데 거기서 만난 컴퓨터를 베팅에 적용하는 그룹의 일원이 되면서 조직적인 베팅을 벌였다. 조직범죄와 관련이 있다는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법정에 서기도 했다. 무죄로 풀려난 뒤 컴퓨터 알고리즘에 기반한 자신만의 그룹을 만들어 경마, 미식축구, 농구 등 스포츠 베팅에 나섰다.

알코올 중독과 도박을 극복한 이야기도 한다. 그는 스포츠 베팅으로 100만달러를 딴 날 술에 취해 블랙잭을 하다가 120만달러를 잃기도 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200만달러를 땄지만 카지노에서 모두 날린 적도 있다. 1989년 그는 친구였던 프로 포커플레이어 프레드 페리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고 나서야 술을 끊었다. 이제는 카지노도 아예 출입하지 않는다.

그가 책에 공개한 베팅 전략은 상당히 전문적이다. 선수 부상 여부, 잔디 상태, 선수들의 이동 거리, 온도 차, 홈 경기 여부 등 세세한 모든 것을 고려한다. 미식축구의 경우 엔트리에 포함된 약 1700명 선수 모두의 능력을 수치화하고 있다. 취미로 스포츠 베팅을 하는 사람에게 어려운 내용이다. 진지하게 스포츠 베팅을 하는 전문가라면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월터스는 웬만하면 스포츠 베팅에 뛰어들지 말라고 말한다. 베팅 웹사이트든 북메이커(마권업자)든 일반인은 구조적으로 잃을 수밖에 없게 운영 방식이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52.38%의 승률을 유지해도 본전이란 설명이다. 월터스의 승률은 57%로 알려져 있다.

“나는 순간적인 충동이나 특정 팀에 대한 충성심에 따라 베팅하거나 이발소에서 우연히 귀동냥하여 알게 된 정보에 의지해서 돈을 걸지 않는다. 나는 베팅을 위해 최고로 정교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나를 돕는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된 소수의 연구진을 거느리고 있다.” 스포츠 베팅을 배경으로 한 인물의 영화 같은 삶을 보여주는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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