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 '불황 그늘'…루이비통·샤넬 실적 뚝

입력 2024-04-19 18:15   수정 2024-04-29 16:21

팬데믹 이후 수년간 고성장해온 럭셔리 브랜드도 불황을 비켜가진 못했다. 프랑스 3대 럭셔리 브랜드로 꼽히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중 루이비통과 샤넬의 지난해 한국법인 영업이익이 최대 34.1% 급감했다. 소비심리 위축에 럭셔리 브랜드들이 제품값을 일제히 올려 실적 방어에 나섰지만, 매출원가와 광고·마케팅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루이비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3% 줄어든 2867억원이다. 매출 또한 411억원 감소한 1조6511억원에 머물면서 ‘국내 명품 매출 1위’ 자리를 샤넬에 내줬다.

샤넬의 영업이익도 4129억원에서 2721억원으로 34.1% 꺾였다. 매출은 1조5913억원에서 1조7038억원으로 늘었지만, 증가율은 한 자릿수(7.1%)에 그쳤다. 팬데믹 기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오던 것과 대조적이다. 디올은 지난해 전년보다 12.4% 늘어난 1조45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1조원’ 달성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은 3120억원으로 3.6% 감소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1년에도 몇 번씩 가격을 인상했는데도 이익이 줄어든 건 매출원가 상승 탓이다. 샤넬의 경우 매출원가가 8581억원으로, 2022년(6883억원) 대비 24.6% 증가했다. 생산비용 증가분이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내국인과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판매관리비(판관비) 부담이 커진 것도 수익성 악화의 주된 원인이다. 샤넬의 지난해 판관비는 5736억원으로 2022년(4900억원)보다 8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인건비와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 등이 20~30%가량 인상됐기 때문이다. 존 황 샤넬코리아 재무책임자는 “지난해 팬데믹 제한이 해제되고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브랜드 및 인적 자원에 대규모로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루이비통의 판관비 인상률은 더욱 가파르다. 2022년 2120 억원에서 2023년 3547억원으로 67.3% 급증했다. 특히 광고선전비가 330억원에서 792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반면 럭셔리 중에서도 하이엔드로 분류되는 에르메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에르메스의 지난해 국내법인 매출은 2022년보다 22.7% 증가한 7972억원이다. 2022년의 매출 증가율(60.1%)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도 12% 늘어난 2357억원으로 집계됐다. 샤넬·루이비통 등 다른 브랜드와 달리 유명 연예인 등 소위 말하는 ‘빅모델’을 기용하지 않는 만큼 광고선전비 부담이 덜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세 둔화는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촉발된 ‘럭셔리 붐’이 엔데믹과 고물가를 맞아 종식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올 1분기 LVMH의 매출은 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장 자크 귀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메인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디올의 매출 증가율이 2% 언저리에서 정체됐다”며 “작년과 가장 큰 차이점은 중국 고객의 변화”라고 언급했다. 구찌의 모회사인 케어링도 지난달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주력 브랜드인 구찌는 매출이 20%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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