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착각해 종이컵 유독물질 마신 직원 뇌사…동료는 '집유'

입력 2024-04-21 10:52   수정 2024-04-21 10:53


경기 동두천시의 한 중견기업에서 종이컵에 담긴 유독물질을 마신 30대 여성 근로자가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과 관련해 회사 관계자들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정서현 판사)은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또 A씨의 상사인 B씨에게는 벌금 800만원, 해당 기업에 대해서는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28일 회사 실험실에서 광학렌즈 관련 물질을 검사하기 위해 불산이 포함된 유독성 화학물질이 담긴 종이컵을 책상에 올려뒀다.

당시 A씨 옆에서 현미경으로 검사를 하던 30대 여직원 C씨는 본인 오른손이 닿는 위치에서 해당 종이컵을 발견해 이를 물인 줄 알고 의심 없이 마셨다.

C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회사 측에선 해당 물질에 어떠한 성분이 들어갔는지 모르고 있어,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와 투석 치료 등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했다.

C씨는 맥박과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사건 발생 후 현재까지도 뇌사 상태에 빠져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C씨를 해치려는 의도성은 없었으나, 유독물질임을 표시하지 않았고 적절한 용기에 담지 않았던 점 등의 과실이 인정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2일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장기간에 걸쳐 유해 화학물질 관리를 소홀히 해 피해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중상해를 입혔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시 C씨의 남편은 재판장에게 발언 기회를 얻어 "아내가 여전히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 저와 7살 딸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화학물질 성분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병원에 간 피해자가 적절한 조치를 빠르게 받지 못해, 그 질책이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피해자 대신 피해자의 배우자에게 사죄하고 치료비 지원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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