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한국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지난해 해외 주식과 펀드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돈이 10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가 한때 원화 가치를 갉아 먹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 수입이 압도적으로 늘면서 되레 원화 가치를 방어하는 공신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21일 한국은행의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기관이 보유한 해외 주식·펀드 등 지분증권 잔액은 6235억달러(약 860조원)로 전년에 비해 1042억달러(약 143조원) 늘었다. 지난해 처음 6000억달러(약 828조원)를 돌파했다. 해외 지분증권 잔액은 2020년 4633억달러(약 639조원), 2021년 5920억달러(약 816조원)로 급증했다. 하지만 2022년의 경우 미국 증시가 내림세를 보이면 5194억달러(약 717억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해외 지분증권 잔액이 늘어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미국 증시에서 주식을 더 많이 사들였다. 지난해 297억달러(약 40조원)어치 해외 주식을 더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어난 투자액이 지난해 297억달러(약 40조원)다. 두 번째는 미국 나스닥 등이 급등한 데다 배당금 수익도 늘면서 평가차익이 745억달러(103조원) 늘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43.4% 상승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JIA)는 13.7%, 유로스톡스50지수는 19.2%,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28.2% 뛰었다.
서학개미는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주식을 투자한 탓에 원화가치 하락의 원흉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한국 개인·기관이 사 모은 해외 주식이 ‘외환 안전판’으로 바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면 해외 주식 등 대외자산을 팔고 원화로 환전하려는 한국 기관·가계의 수요도 커질 수 있는 만큼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을 낮췄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경상수지 자료를 보면 서학개미와 기관이 보유한 해외 주식의 배당 수입을 나타낸 ‘증권투자배당수입’은 지난해에 전년보다 2억6220만달러 증가한 108억7130만달러(약 14조9000억원)로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배당수입이 경상수지 흑자폭 증대에 적잖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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