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사니까 10% 떨어지냐."
"월요일에는 오르는 거 맞죠?"
지난 주말 개미들의 상실감은 상당했다. 주식 커뮤니티마다 폭락한 엔비디아를 놓고 하소연글이 쏟아졌다. 세계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300조원가량 증발한 영향이다. 엔비디아는 테슬라에 이어 올들어 지난 19일까지 서학개미의 순매수 2위 종목이었다. 이 기간에만 6억6160만달러(약 9130억원)를 순매수했다.
TSMC 인텔 ASML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다른 반도체 종목도 나란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반도체 시장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ASML·TSMC가 올 1분기에 부진한 지표를 발표한 영향이 나왔다. 조정 국면이 본격화될 시점일지, 저가매수 시점일지 개미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19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10.0%(84.7달러) 하락한 762달러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가 700달러선으로 떨어진 것은 올 2월 29일(791.12달러) 후 처음이다. 19일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1조9050억달러(약 2628조9000억원)로 전날보다 2120억달러(약 292조6000억원)나 빠졌다.
엔비디아 주가가 큰 폭 떨어지면서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같은 날 4.12% 내린 4306.87에 마감했다. TSMC(-3.46%) ASML(-3.32%), 인텔(-2.40%) 등 다른 반도체 종목도 줄하락했다.
이들 종목이 주춤한 것은 반도체 시장이 정점을 찍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 결과다. 반도체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은 올 1분기 노광장비 신규 수주액은 36억유로로 시장 추정치(54억유로)를 33.3%나 밑돌았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업체인 TSMC도 지난 18일 실적설명회에서 올해 파운드리 시장 매출 증가율을 '10% 중후반'으로 제시했다. 올해 초 밝힌 ‘20%’보다 큰 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종목도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2.51% 떨어진 7만76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7일 '8만전자(삼성전자 주가 8만원)'가 깨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졌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9일에 4.94% 떨어진 17만3300원에 마감했다.
다음 달 22일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 발표일이 반도체주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면 반도체주 랠리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엔비디아 매출은 지난해 4분기까지 6분기 연속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넘어섰다. '깜짝실적'을 앞세워 주가도 고공행진했다.
김익환/류은혁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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