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고금리 겹악재…"장기채 매력 뚝, 단기채 주목해야"

입력 2024-04-21 17:55   수정 2024-04-22 01:32

재테크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 꺾이지 않는 물가 탓에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는 데다 중동지역 전쟁 공포가 자본 시장을 위축시키면서다.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미국·일본 증시를 비롯해 ‘기업 밸류 프로그램’으로 상승세를 타던 국내 증시까지 주춤한 상태다. 다중 악재에 사로잡힌 시장에 대한 재테크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을 대표하는 프라이빗뱅커(PB)에게 향후 시장 전망과 유망 투자처를 물었다.

불안할 땐 이곳에 투자하라
4대 은행 PB들은 연말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당초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다. 이은경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PB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물가 지표가 잡히지 않자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당초 6월로 예상한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개천 신한은행 PMW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도 “연말까지 연 3% 이상의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 여파로 미국 S&P500지수는 지난 18일까지 5거래일 동안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16일 장중 달러당 1400원을 돌파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안지은 하나은행 하나증권금융센터지점 PB부장은 “미 달러 강세 흐름이 연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살얼음판 유가…원자재 투자 주의
재테크 전문가들은 당분간 채권 투자 성과가 주춤할 것으로 봤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해진 탓에 그간 주요 투자처였던 장기채 대신 단기채가 유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PB는 “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져 채권 추가 투자의 흐름은 당분간 좋지 않을 것”이라며 “변동성이 큰 시장을 방어하면서도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핀셋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유동성 상품을 통해 향후 투자 시점을 기다리라는 얘기다.

다만 채권 투자가 여전히 주식에 비해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장개천 팀장은 “채권에서는 5년 이하의 미국 위주 선진 시장 하이일드 채권을 추천한다”며 “지금처럼 금리가 높을 때 금융권 신종자본증권 가입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단기채 상품으로는 TIGER단기선진하이일드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장기적으로는 KODEX TRF3070 ETF와 신한MAN글로벌전략채권 펀드를 추천했다.

반도체 섹터가 유망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은경 PB는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산업 재편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관련 섹터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다만 작년 하반기부터 가격 거품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증시 조정 시기를 활용해 가격 조정 확인 후 추가 매수하라”고 말했다. 안지은 부장도 “미국 S&P500과 한국 코스닥시장에서 모두 반도체 섹터가 유망하다”며 “TIGER FN반도체TOP10 ETF와 유리필라델피아반도체 펀드를 추천한다”고 했다.

이들은 중동전쟁 공포 등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원유 등 원자재 투자가 가장 위험한 투자처로 꼽았다. 장 팀장은 “가격 상승에 베팅하기보다는 높은 변동성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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