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혈관이나 림프관을 따라서 또는 직접 다른 장기로 전이된다. 복막전이는 원발 병소(처음 병이 생긴 자리)의 암이 자라서 장벽을 뚫고 나와, 암세포가 복강 내로 퍼져 복강의 여러 장기에 암이 자란다. 복막으로 전이되면 복막과 복강 안 모든 장기의 장막에 암이 자리 잡아 성장해 복수와 장폐색 등의 증상이 생긴다.
증상이 나타나면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초기에는 수많은 좁쌀같이 작은 암 덩어리가 장기의 장막에 붙어 있어 복부 CT와 같은 영상 검사에서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므로, 암이 진행돼 큰 덩이가 된 다음에서야 발견된다.
과거에는 복막전이가 진단돼도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어 복수가 차면 뽑아주고 장폐색이 발생하면 우회술 등으로 식사만 하게 해주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수술 방법과 치료법이 개발돼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암종을 전부 제거하고 고온의 항암제를 직접 복강 내로 주입하는 게 치료의 원칙이다. 복막전이가 된 암종에는 혈관으로 주입된 항암제가 도달하지 못하므로, 기존의 항암치료는 효과가 떨어진다. 그래서 복강 내로 직접 항암제를 주입해 암세포를 제거한다.
이때 암세포가 열에 약한 점을 이용해 41도 안팎의 고온 항암제를 복강 내에 직접 주입,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HIPEC(Hyperthermic Intraperitoneal Chemotherapy) 치료가 개발돼 생존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복막전이로 복강 내 여러 장기에 암이 퍼졌고 수술로 전부 제거가 불가능한 때에는 생존율이 감소하지만 분포가 국한돼 수술로 전부 제거할 수 있다면 완치도 가능하다. 이렇게 초기에 HIPEC을 시술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어 최근 복막전이의 재발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 대장암 수술 시 예방적으로 HIPEC을 시술하는 방법도 연구된다.
HIPEC 시술에는 고온의 항암제를 복강 내로 안전하게 주입할 수 있는 특수한 기계가 필요하며 수술 시간만 10시간이다. 전이 부위에 따라 복막 전체, 간의 일부나 담낭 그리고 소장, 위, 비장도 절제할 수 있어 여러 분야 외과 전문의의 협업 수술이 필요해 일부 병원에서만 시술하고 있다.
김광호 이대서울병원 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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